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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 죽음에 시청률 껑충…문영남도 가세한 ‘막장극’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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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의 신작 ‘오케이 광자매’. 이광태(고원희), 이광남(홍은희), 이광식(전혜빈) 세 자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상이 담겼다. [사진 KBS]

문영남 작가의 신작 ‘오케이 광자매’. 이광태(고원희), 이광남(홍은희), 이광식(전혜빈) 세 자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상이 담겼다. [사진 KBS]

문영남 작가가 돌아왔다. ‘왜그래 풍상씨’(2019)로 평일 미니시리즈에 도전했던 그가 2년 만에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를 들고 나왔다. 무려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를 표방한 작품. 13일 방송 첫 회부터 한평생 희생해 온 가장 이철수(윤주상)에게 아내는 물론 세 딸 이광남(홍은희)ㆍ이광식(전혜빈)ㆍ이광태(고원희)가 합심하여 이혼을 요구했다. 이철수가 실신한 것도 모자라 장례식 장면까지 예고편에 등장했다.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는 파격적인 설정 속에 KBS 주말드라마 첫 회 기준 ‘아이가 다섯’(2016ㆍ24.6%) 이후 5년 만에 최고 시청률(23.5%)을 기록했다.

김순옥 ‘펜트하우스2’ 임성한 ‘결혼작사…’ #‘오케이 광자매’ 도전 나서 시청률 23.5% #OTT로 젊은층 유입, 수위 경쟁 치열해져

주말극까지 뛰어든 장르물 ‘광자매’

1회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이철수(윤주상). [사진 KBS]

1회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이철수(윤주상). [사진 KBS]

2회 예고에 등장한 장례식 장면. [사진 KBS]

2회 예고에 등장한 장례식 장면. [사진 KBS]

그간 문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미스터리 스릴러는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조강지처 클럽’(2007~2008)을 시작으로 ‘막장 드라마’의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바람은 불어도’(1995~1996)로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받고 ‘장밋빛 인생’(2005) ‘소문난 칠공주’(2006) 등 탄탄한 필력을 자랑하는 가족드라마의 장인이기 때문.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장르물이 보편화하면서 복합장르의 스펙트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인간적인 동네 공동체의 모습과 살인 사건이 연결되는 방식은 ‘동백꽃 필 무렵’(2019)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소통 부족으로 인한 오해가 쌓여 갈등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2020)를 떠올리게 한다”며 “보다 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회 내내 엄마의 존재가 전혀 등장하지 않은 점이나 코로나19 시대로 바뀐 사회상을 담아낸 것도 눈에 띄는 부분. 이혼 소장을 두고 집을 나간 엄마는 간혹 딸들과 통화를 하긴 하지만 얼굴이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마스크 대란부터 결혼식을 걱정하는 모습까지 지난 1년간 겪은 시행착오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문영남 작가는 변화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시대상을 잘 담아내는 것이 강점”이라며 “표현이 다소 과장되긴 하지만 풍자와 해학을 사용하는 데 능하다”고 분석했다. 집 나간 언니의 비밀을 알고 있는 오봉자(이보희)나 어린 시절부터 철수와 형제처럼 자라온 한돌세(이병준) 등 주변 인물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청률·화제성 장악…날개 단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2’에서 오윤희(유진)가 병원에서 딸 배로나(김현수)를 지켜보는 모습. [사진 SBS]

‘펜트하우스2’에서 오윤희(유진)가 병원에서 딸 배로나(김현수)를 지켜보는 모습. [사진 SBS]

천서진(김소연)이 딸 하은별(최예빈)을 다그치고 있다. [사진 SBS]

천서진(김소연)이 딸 하은별(최예빈)을 다그치고 있다. [사진 SBS]

이로써 주말 핵심 시간대에 소위 ‘막장 트로이카’ 작가들이 한데 모였다. 문영남의 ‘오케이 광자매’는 토일 오후 8시, 임성한의 ‘결혼작사 이혼작곡’(TV조선)은 토일 오후 9시, 김순옥의 ‘펜트하우스2’(SBS)는 금토 오후 10시다. 2019년 문 작가의 ‘왜그래 풍상씨’(22.7%)와 김 작가의 ‘황후의 품격’(17.9%)이 맞붙은 적은 있지만 세 사람이 같은 시기에 출격한 것은 처음이다. 겹사돈을 등장시킨 임 작가의 ‘보고 또 보고’(1998~1999)와 장인ㆍ사위ㆍ아들이 바람 나는 문 작가의 ‘조강지처 클럽’,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돌아온 김 작가의 ‘아내의 유혹’(2008~2009) 등은 막장 대명사로 불리며 경쟁적으로 수위를 높였고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기록해왔다. 방송가에선 이들이 동시 출격한 게 나날이 치열해지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경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오케이 광자매’와 ‘펜트하우스2’는 웨이브,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면서 젊은 층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펜트하우스’는 김순옥 특유의 빠른 템포와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률 28.8%로 시즌 1을 마쳤고 일찌감치 시즌 3까지 제작을 확정 지었다. 13일 시즌 2의 8회 시청률도 24.8%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이뤄진 재대결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 결과 드라마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오른 ‘펜트하우스2’는 출연자 부문에서도 8명이 톱 10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웬만한 미니시리즈 부럽지 않은 화력이다. ‘압구정 백야’(2014~2015) 이후 6년 만에 복귀한 임성한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청률은 8.4%로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넷플릭스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시즌 2 제작 소식을 알렸다.

‘결혼작사…’ 시즌 2서 매운맛 보여줄까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박해륜(전노민)의 이혼 요구에 눈물을 훔치는 이시은(전수경). [사진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박해륜(전노민)의 이혼 요구에 눈물을 훔치는 이시은(전수경). [사진 TV조선]

아들 신유신(이태곤)에게 뽀뽀하는 새어머니 김동미(김보연). [사진 TV조선]

아들 신유신(이태곤)에게 뽀뽀하는 새어머니 김동미(김보연). [사진 TV조선]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공희정 평론가는 “김순옥 작가가 전형적인 선악 대결을 내려놓고 천서진(김소연)과 오윤희(유진)에서 하은별(최여빈)과 배로나(김현수)로 대물림되는 악연을 악과 악의 대결로 그리면서 더 빠르고 더 세진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임성한 작가는 일일극을 주말극으로 펼쳐 놓은 듯한 느린 전개로 답답함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30대 판사현(성훈)ㆍ40대 신유신(이태곤)ㆍ50대 박해륜(전노민) 등 남자 주인공의 외도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윤석진 교수는 “임 작가의 집중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초반에는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가족을 보여주고 후반부로 갈수록 이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즌 1에서 촘촘하게 판을 깐 다음 시즌 2에서 보다 높은 강도로 뒤집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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