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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저승·우주 넘나들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 VFX

중앙일보

입력

'신과 함께' 찾아간 지옥, '승리호'가 누비는 우주 진짜 같은 VFX 세계에 가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VFX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VFX 노하우를 갖춘 덱스터 스튜디오를 찾았다. 왼쪽부터 원예진(서울 광남초 6)·이용민(경기도 화성금곡초 6)·연규원(서울 언남초 6) 학생모델·황승민(서울 대치중 2)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소중 학생기자단이 VFX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VFX 노하우를 갖춘 덱스터 스튜디오를 찾았다. 왼쪽부터 원예진(서울 광남초 6)·이용민(경기도 화성금곡초 6)·연규원(서울 언남초 6) 학생모델·황승민(서울 대치중 2)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아이언맨’(2008)부터 ‘어벤져스:엔드게임’(2019)까지 22편의 영화로 전 세계에서 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한국 최초로 쌍 천만 관객의 역사를 쓴 '신과함께' 시리즈의 공통점은? VFX가 큰 역할을 한 영화라는 겁니다. 일명 CG라고도 하죠. 시공간을 초월한 히어로들의 전투부터 저승세계의 일곱 지옥까지 상상한 것이 현실이 되는 VFX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또 VFX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섰습니다.

글=성선해 기자(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연규원(서울 언남초 6)·원예진(서울 광남초 6)·이용민(경기도 화성금곡초 6) 학생모델·황승민(서울 대치중 2) 학생기자

 이용민 학생모델, 황승민 학생기자, 원예진·연규원 학생모델(왼쪽부터)이 VFX의 제작 과정을 알아보고 체험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를 탐방했다.

이용민 학생모델, 황승민 학생기자, 원예진·연규원 학생모델(왼쪽부터)이 VFX의 제작 과정을 알아보고 체험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를 탐방했다.

지난 2월 5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영화 '승리호'는 우주 배경 SF 블록버스터예요.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 쓰레기를 모아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의 모험을 그렸죠. '승리호'는 공개 2일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많이 본 영화 1위를 기록했어요. 특히 우주를 실감 나게 표현한 VFX(Visual Effects)에 대한 호평이 자자했죠. 이는 국내에서 축적된 VFX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한 성과였어요. VFX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황승민 학생기자, 연규원·원예진·이용민 학생모델이 '승리호'의 VFX 메인 제작사인 덱스터 스튜디오를 찾아갔습니다. 송용구 VFX 슈퍼바이저와 임지우 대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죠.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덱스터 스튜디오 사무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고릴라 인형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릴라 링링은 영화 '미스터 고'의 주인공인데요. 덱스터 스튜디오는 2011년 '미스터 고' 제작을 위해 김용화 감독이 설립했죠. 이후 국내에서 약 2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 제작과 VFX를 담당하면서 덱스터 스튜디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VFX 제작사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등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시사실에서 덱스터 스튜디오가 VFX 작업에 참여한 영화의 장면을 모은 쇼릴(Showreels) 영상을 감상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시사실에서 덱스터 스튜디오가 VFX 작업에 참여한 영화의 장면을 모은 쇼릴(Showreels) 영상을 감상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먼저 시사실에서 '미스터 고' '신과함께' 시리즈, '백두산' 등 덱스터 스튜디오가 제작하거나 VFX 작업에 참여한 작품들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영상을 관람했죠. "시사실은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을 리뷰하는 공간이에요. 극장과 똑같은 환경을 구성했죠."(송) '신과함께'의 일곱 지옥, '기생충' 속 물난리, '1987'의 시위 현장 등이 스크린에 상영됐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승사자, 광활한 우주 속 우주정거장, 자연재해로 한꺼번에 무너지는 도심 속 건물 등. 상상을 곧 현실로 만드는 VFX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덱스터 스튜디오가 VFX 메인 제작사로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한 장면.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가운데)는 CG로 만든 로봇을 배우들이 연기한 화면에 합성한 결과물이다. [넷플릭스]

덱스터 스튜디오가 VFX 메인 제작사로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한 장면.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가운데)는 CG로 만든 로봇을 배우들이 연기한 화면에 합성한 결과물이다. [넷플릭스]

"VFX는 CG와 같은 개념인가요?" 용민 학생모델이 묻자 송 슈퍼바이저가 VFX의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VFX는 영화나 영상에 쓰이는 시각효과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CG(computer graphic)가 발전하기 전에는 미니어처 촬영·특수분장 등 촬영 트릭이 시각효과로 주로 쓰였어요. 이 시기의 시각효과는 SFX(special effect)라고 하죠. CG는 컴퓨터로 만들어낸 이미지란 뜻으로, SFX를 보조하는 역할이었어요. 기술이 발달하며 점차 CG를 이용한 시각 효과가 많아지고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자 SFX와 분리해 VFX(Visual Effects)로 부르기 시작했죠. 요즘은 CG를 이용한 시각효과를 통칭 VFX라고 해요. VFX가 좀 더 전문적인 명칭이긴 하지만 CG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VFX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소중 학생기자단이 송용구(맨 왼쪽) VFX 슈퍼바이저의 설명을 들으며 콘셉트 작업용 스케치를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송용구(맨 왼쪽) VFX 슈퍼바이저의 설명을 들으며 콘셉트 작업용 스케치를 살펴봤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덱스터 스튜디오가 VFX 작업 단계(파이프라인)별로 부서를 구분해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사무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VFX 작업의 대략적인 순서를 알 수 있었습니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창립작 '미스터 고'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볼까요. 영화 제작이 시작되면 콘셉트(Concept) 팀이 중요한 장면의 일부를 스케치하거나 CG로 구현해야 하는 것들을 디자인하고 그려봅니다. '미스터 고'에서는 고릴라 링링이죠. 그러면 레이아웃(Layout) 팀에서 콘티와 시나리오를 토대로 촬영 전 애니메이션(프리비주얼·pre-visualize)을 만들죠. 이를 바탕으로 어셋(Asset) 팀에서 CG로 링링을 3D 형태로 만들면, 리깅 시뮬레이션(Rigging simulation) 팀에서 링링에게 뼈대를 넣어줍니다.

이렇게 완성된 링링의 모습을 실제 배우들이 촬영한 영상에 자연스럽게 합성하려면 촬영 현장에서 찍은 카메라의 동선을 추적해 좌표를 찍는 매치무브(Matchmove) 팀의 역할이 필수예요. 실제 카메라의 동선과 똑같이 움직이는 디지털 3D 카메라를 만들어, 링링이 화면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움직이고 어떤 액션을 취할지 계산하는 거죠. CG로 만든 형체가 정해진 동선을 따라 정확히 움직여야 촬영 현장에서 찍은 요소들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해요.

 덱스터 스튜디오는 VFX의 작업 과정(파이프라인)을 따라 부서 구획을 설정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VFX의 작업 과정(파이프라인)을 따라 부서 구획을 설정했다.

매치무브 단계가 끝나면 애니메이션(Animation) 팀에서 3D 형태의 링링을 화면에서 움직이게 만들죠. 링링이 움직이면 바닥에서 먼지가 일거나 흙이 튀기도 하겠죠. 이 과정은 효과(Fx) 팀에서 표현합니다. 그리고 라이팅(Lighting) 팀에서 3D로 작업한 링링의 모습을 2D 이미지로 변환(렌더링)합니다. 링링은 3D 형태로 제작됐지만,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최종 결과물은 2D 형태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컴포짓(Composite) 팀에서 렌더링 작업이 끝난 링링을 현장 촬영 영상에 합성하면 '미스터 고'의 한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VFX의 목표는 관객이 보고 있는 영상이 실제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파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해요. 그래서 부서 배치를 VFX 작업 순서대로 한 겁니다. 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PD와 코디네이터가 각 부서의 스케줄을 조율해요."(송)

 실재하지 않는 저승세계를 그린 '신과함께' 시리즈와 대규모 전투 장면이 필수인 액션 영화 'PMC:더 벙커' '백두산'은 VFX의 위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

실재하지 않는 저승세계를 그린 '신과함께' 시리즈와 대규모 전투 장면이 필수인 액션 영화 'PMC:더 벙커' '백두산'은 VFX의 위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

"VFX는 컴퓨터만 이용해 작업하나요?" 컴퓨터가 가득한 덱스터 스튜디오 사무실을 둘러보던 규원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VFX가 곧 CG를 이용한 시각 특수효과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한다고 보면 돼요. 다만 물·불·연기 등 CG로 모두를 구현하기 어려운 효과들은 실제 폭파 장면·물·연기 등을 찍어 소스로 만든 뒤 합치는 작업을 하죠."

"그러면 VFX는 세트장과 컴퓨터만 있으면 되니까 배우들을 촬영하는 것보다 저렴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송 슈퍼바이저의 설명을 듣던 예진 학생모델이 말했어요. "인건비와 작업 기간 때문이죠. 아까 말한 '파이프라인' 개념을 떠올리면 돼요. VFX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인건비예요. 한 장면을 만들어도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긴 기간 동안 작업하죠. 예를 들어 200명 정도가 6개월 동안 한 작품에 들어가는 VFX를 제작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최저임금으로만 계산해도 인건비만 최소 25억원이 들죠. '승리호'의 경우 덱스터 스튜디오를 포함해 한국 메이저 VFX 업체 8개가 함께 작업했는데, 투입된 인원만 1000명이 넘어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 이렇게나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니. 송 슈퍼바이저의 설명을 듣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이 커졌어요. "하지만 실제 촬영보다 저렴해서 VFX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 나오는 신은 실제로 그만큼의 엑스트라들을 불러서 촬영하면 CG로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겠죠. 또 누군가가 죽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 실제 촬영이 불가한 장면들이 필요할 때도 있고요."

포토 스캐너와 VR로 체험하는 VFX

 포토 스캐너에 들어가 3D 모델링의 주인공이 된 이용민 학생모델. 피사체를 360도 스캔해 3D 형태로 구현하는 장치다. 108대의 카메라가 조각조각 찍은 사진들을 프로그램이 이어붙이면 3D 모델링이 시작된다.

포토 스캐너에 들어가 3D 모델링의 주인공이 된 이용민 학생모델. 피사체를 360도 스캔해 3D 형태로 구현하는 장치다. 108대의 카메라가 조각조각 찍은 사진들을 프로그램이 이어붙이면 3D 모델링이 시작된다.

작업 과정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VFX의 주인공이 되어봤습니다. 송 슈퍼바이저를 따라간 포토 스캐너룸에선 매치무브 팀의 장효석·김병훈 대리와 정유진·백지연 주임이 포토 스캐너와 함께 학생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죠. "포토 스캐너는 인물을 360도 스캔해 3D로 구현하는 장치예요.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총 108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하죠. 카메라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빈틈없이 피사체를 스캔하기 위함이죠. 108대의 카메라가 찍은 사진들을 프로그램이 이어 붙이면, 그것들이 면으로 이어지면서 3D 모델링이 되는 겁니다."(장) 승민 학생기자부터 차례대로 조심스럽게 포토 스캐너 안으로 발을 디뎠어요.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조명과 카메라가 사방을 에워쌌죠. "팔을 살짝 들어주세요.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네, 됐습니다. 다른 학생도 한 번 해볼까요?"(정)

소중 학생기자단이 포토 스캐너 안에서 찍은 이미지들이 100장이 넘는 조각으로 컴퓨터로 전송됐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포토 스캐너 안에서 찍은 이미지들이 100장이 넘는 조각으로 컴퓨터로 전송됐다.

포토 스캐너가 전송한 이미지는 바로 옆에 있는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어요. 자신의 모습이 백 장이 넘는 사진으로 조각난 모습을 본 예진 학생모델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제 몸이 X-Ray 사진처럼 찍혀있네요. 그런데 전신에 찍힌 흰색 점은 뭔가요?"(원) "3D 모델링을 위해 프로그램이 점을 찍은 거예요. 어셋 팀이 포토 스캐너가 찍은 작업물을 정리하고 다듬으면 리깅 시뮬레이션 팀에서 3D 모델링이 움직일 수 있게 뼈대를 만들어요. 그러면 애니메이션 팀에서 3D 모델링 된 형체가 움직이게 하죠. 따라서 포토 스캐너를 통한 3D 모델링은 추후 여러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제일 기초 단계예요. 이 과정을 거치면 여러분도 '신과함께' 저승차사처럼 날아다니거나 변신할 수도 있죠."(장)

 원예진 학생모델이 웹툰 '조의 영역'을 VR 버전으로 체험했다.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서 체험이 이뤄지는 VR은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VFX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콘텐트다.

원예진 학생모델이 웹툰 '조의 영역'을 VR 버전으로 체험했다.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서 체험이 이뤄지는 VR은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VFX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콘텐트다.

VFX 적용을 위한 3D 모델링의 주인공이 된 다음엔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VR(virtual reality) 콘텐트를 통해 조금 더 생생하게 VFX를 체험했습니다. VR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해요. 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인 HMD(head mounted display)와 손으로 조작하는 컨트롤러를 이용하죠. 사업기획팀 이유리 과장이 "오늘은 조석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조의 영역'을 VR TOON으로 볼 것"이라고 안내했죠. "컨트롤러를 이용해 마치 실제 페이지를 넘기며 웹툰을 보듯이 관람할 수 있어요. 원하는 에피소드를 선택하고, 오른쪽 버튼을 눌러 페이지를 넘기면 됩니다. 주인공과 함께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데, 누가 먼저 볼까요?" 이 과장의 말에 예진 학생모델이 손을 번쩍 들었어요.

'조의 영역'은 인간과 물고기 사이에 벌어진 사투를 그린 작품이에요. 예진 학생모델이 고글 모양의 HMD를 쓰고 컨트롤러를 손에 쥐자, 펄펄 끓는 솥 안에 든 물고기와 창백한 얼굴을 한 여자가 화면에 나타났어요. "어머나, 징그러워." 숨죽이고 화면을 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이 술렁였어요. 정작 예진 학생모델은 덤덤하네요. "고개를 한 번 돌려보세요. 앞뿐만 아니라 바닥·천장 모두 VFX로 공간을 실감 나게 구성했어요." 이 과장의 말에 예진 학생모델의 고개가 사방으로 움직입니다. 10여 분이 지난 후 HMD를 벗은 예진 학생모델이 상기된 얼굴로 말합니다. "손으로 만져보는 VR 체험은 처음이에요. 모든 게 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났어요. 생선국을 먹을 때는 제 입이 저절로 움직였어요."

VFX의 개념과 제작 과정, 응용 콘텐트까지 알차게 체험한 소중 학생기자단. 무에서 유를 만들고,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VFX 전문가에 대한 궁금증도 점점 커집니다. 이날 덱스터 스튜디오 탐방을 이끈 송 슈퍼바이저와 함께 VFX 전문가와 덱스터 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기로 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덱스터 스튜디오 송용구(맨 오른쪽) VFX 슈퍼바이저와 함께 VFX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덱스터 스튜디오 송용구(맨 오른쪽) VFX 슈퍼바이저와 함께 VFX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예진VFX 슈퍼바이저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또 다른 VFX 관련 직업도 궁금해요.

VFX 슈퍼바이저는 영화에 들어가는 CG를 총감독하는 사람이에요. 영화감독과 함께 CG가 삽입될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죠. 이외에 콘셉트·애니메이션·라이트닝·매치무브 등 앞서 언급한 VFX 파이프라인 단계별로 전문 아티스트들이 있어요.

규원 처음부터 VFX 슈퍼바이저가 되고 싶었나요. 무엇을 준비해야 VFX 슈퍼바이저가 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저는 CG를 광고로 시작했어요. VFX 슈퍼바이저가 되겠다는 꿈은 없었는데, CG 작업 과정이 재미있어서 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보통 3~5년 차 정도가 되면 숙련된 VFX 전문가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늘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해요. VFX는 미술적 요소와 공학적 요소가 섞인 작업인데요. 실제로 덱스터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을 보면 디자인·회화·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섞여 있어요. 또한 영화 감독과 소통도 많이 해야 하죠. 그 때문에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는 게 중요해요. 여러분 나이에는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상물을 접하고, 여러 음악을 듣고, 전시를 많이 보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나중에 정말 큰 자산이 됩니다. 또 VFX 선진 기술이 다 할리우드 쪽에 있다 보니 영어를 잘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진슈퍼바이저님이 VFX 작업에 참여하신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영화를 꼽아주세요.

하정우·이선균 배우가 주연한 'PMC: 더 벙커'(2018)에 VFX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는데요. 15세 관람가라서 여러분은 아마 보지 못했을 거예요. 특히 마지막에 에이헵(하정우)이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3~4분 길이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게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데, 끊김 없이 연결해야 하는 장면이라 작업 기간도 제일 오래 걸렸어요. 공을 많이 들였는데 결과물이 나쁘지 않게 나와서 기억에 남아요.

규원 VFX 슈퍼바이저라는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은 일단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죠.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성향이라면 만족감이 큰 직업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봐도 온전하게 즐기지 못한다는 건 단점이에요. 제가 작업한 영화일 경우 미리 내용을 다 아는 상태에서 보니까요. 또 VFX 슈퍼바이저들은 컴퓨터 앞에만 있는 게 아니라, 촬영장에도 상주해야 해요.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 3~4개월을 밖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것들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연규원 학생모델이 덱스터 스튜디오 내부에 있는 크리쳐 모형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규원 학생모델이 덱스터 스튜디오 내부에 있는 크리쳐 모형들을 살펴보고 있다.


용민 VFX 전문가로서 언제 제일 보람을 느끼시나요.

주어진 시간과 예산을 고려했을 때 괜찮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면 기분이 좋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물에 100%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또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가 생각했던 그림과 영화감독이 생각했던 그림의 접점을 찾았을 때도 보람을 느껴요. 무엇보다 제가 VFX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내가 좀 열심히 했구나' 싶어요.

승민 향후 VFX 관련 산업의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산업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어요. 극장에서 대규모로 상영하는 영화엔 CG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VFX 산업 종사자로서 타격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새로운 기회도 생겼어요.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거기서 상영하는 콘텐트가 늘었죠. 그중에는 대규모 CG 작업이 필요한 작품도 많고요. '승리호'가 좋은 예죠. 넷플릭스는 극장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콘텐트를 보여줄 기회가 열려 있어요. 실제로 '승리호'는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보면 영화 관련 VFX 산업도 또 다른 활로를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VFX 영화

송용구 VFX 슈퍼바이저가 소년중앙 독자들을 위해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VFX의 위력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영화 두 편을 추천했어요.

'라이온킹'(2019)

 프라이드 랜드의 왕자인 아기 사자 심바의 성장기. 월트 디즈니 동명 애니메이션을 라이브 액션으로 리메이크했다. 이야기의 배경인 프라이드 랜드의 풀 한 포기, 나뭇잎 하나부터 등장 동물들 털 한 올까지 영화 속 모든 것을 CG로 제작한 할리우드 VFX 기술의 집약체다. 실제로 촬영한 컷이 없음에도 개봉 당시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미스터 고'(2013)

 15세 소녀 웨이웨이와 그의 친구 45세 고릴라 링링의 이야기. 동물의 털은 그 질감과 세밀한 움직임 때문에 CG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스터 고'는 국내 기술로 온몸에 털이 80만 개가 넘는 링링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8년 전 작품임에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VFX 퀄리티라고 자부해요." 덱스터 스튜디오의 창립작이기도 하다.

왜 레드 스크린은 없을까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촬영 현장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촬영 현장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VFX가 적용되는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배우들이 단색 배경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는 색조의 차이를 이용해 촬영된 화면에서 특정 피사체만 잘라내 다른 화면에 끼워 넣는 크로마키(chroma-key)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서죠. 쉽게 말해 촬영본에서 스크린을 제외한 배우들의 모습만 잘라내 CG로 만든 다른 화면에 합성하는 거랍니다. 크로마키 기법은 블루·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사용해요. 컴퓨터 모니터·휴대전화 액정·텔레비전 등 디스플레이가 빛의 3원색인 레드(R)·그린(G)·블루(B), 일명 RGB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붉은색은 배경으로 활용하지 않아요. 혈색이 도는 사람의 피부가 붉은색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 고'로 살펴보는 VFX 제작 과정

콘셉트

영화의 중요한 장면의 일부를 스케치화 하기도 하고, CG로 구현해야 하는 요소들을 디자인하고 그려보는 단계.

 레이아웃

콘티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촬영 전 애니메이션(프리비주얼)을 만드는 단계. 프리비주얼은 영화감독·VFX 슈퍼바이저가 현장에서 배우·스태프와 소통하는 참고 자료 역할도 한다.

 어셋  

거대 고릴라 링링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동물·사물·배경 등을 3D 모델링 형태로 제작하는 단계. 이후 리깅 시뮬레이션 팀에서 3D 모델링이 움직일 수 있게 뼈대를 심는다.

 매치무브  

촬영장에서 실제 카메라로 찍은 소스에 CG를 입힐 수 있도록 카메라의 움직임을 수치화해서 화면을 분석하는 단계. 2D로 촬영된 촬영본을 3D 공간으로 재해석해, 3D 형태의 링링이 실제 화면에서 어디서 어디까지 움직여야 하는지 계산하기 위함이다.

▶ 컴포짓  

라이트닝 단계에서 3D로 작업한 링링을 2D 이미지로 바꿔주면, 컴포짓 단계에서 링링을 실제 촬영 영상에 합성한다. 이렇게 실제 배우와 링링이 한 화면에 있는 장면이 탄생한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VFX가 적용된 영화를 자주 봤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제가 이와 관련한 취재를 하게 돼 너무 기뻤죠. 한국 또한 외국처럼 '억' 소리 나는 특수효과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한국인의 자부심도 상승했고요. 송용구 VFX 슈퍼바이저님께 VFX 기술이 잘 표현된 영화로 '라이온 킹'과 '미스터 고'를 추천받았는데 1순위로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VFX를 쓴 영화를 볼 때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규원(서울 언남초 6) 학생모델

저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은 '저 장면은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덱스터 스튜디오 취재를 하면서 전문가들의 섬세한 손길이 하나하나 더해져 한 장면이 완성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VFX 전문가들이 컴퓨터 앞에서만 작업한다고 생각했는데 긴 시간 출장도 다닌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죠.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 보람찰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신 덱스터 스튜디오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원예진(서울 광남초 6) 학생모델

얼마 전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우리나라 CG기술이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승리호'의 VFX를 만든 스튜디오를 방문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VFX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평소 영상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중에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송용구 VFX 슈퍼바이저님을 인터뷰 때 ”모든 것의 기초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요. 이제 학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이용민(경기도 화성금곡초 6) 학생모델

소년중앙 11기 학생기자가 되어 처음 취재하러 가는 곳이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와 '승리호'의 VFX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라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최근 '승리호'를 보면서 영화 배경이 되는 드넓은 우주와 우주선 등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취재하면서 그 사실감 넘치는 장면들이 CG였다는 게 신기했어요. 특히 108개 카메라가 있는 포토 스캐너 체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황승민(서울 대치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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