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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신탁 시장 '활짝'… 자산관리ㆍ치매대비ㆍ상속까지 한번에

중앙일보

입력

100세 시대를 맞아 신탁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고객의 수요에 저금리와 성장 정체 늪에 빠진 금융사들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말 이미 10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자산 관리에서 상속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액자산가 위주에서 보급형 상품이 나오며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믿고(信) 부탁한다(託)'는 의미의 신탁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채권·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관리 및 처분까지 맡아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좁게는 실제 소유주 대신 상가 건물을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신탁부터 모든 자산에 대한 관리와 사후 등기 이전, 상속세 절세 상담까지 해주는 승계형 신탁까지 고객이 원하는 조건을 담아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신탁은 은행원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가 한 팀이 돼 고객의 자산관리와 상속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라며 “주식·부동산·토지 등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상속해야 가장 절세 효과가 크고 상속인 간 분쟁 여지가 줄어들지 상담해주는 것이 주 업무"라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재산의 관리와 처분, 상속을 돕는 신탁 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셔터스톡]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재산의 관리와 처분, 상속을 돕는 신탁 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셔터스톡]

국내 신탁 수탁고는 2015년 601조원에서 매년 약 10% 성장하며 지난해 신탁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신탁 수탁액은 총 1081조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상속과 관련한 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판단이다.

금융사들은 성장하는 신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치매에 대비하는 노후관리형 신탁, 대학 입학과 취업 등 자녀가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때에만 상속이 이뤄지도록 하는 인센티브 신탁, 수익자(상속인)를 반려동물로 설정하는 펫신탁 등 소비자 필요(니즈)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배 센터장은 "2016년까지 고액자산가들 위주의 서비스가 이뤄졌다면 2017년부터는 만원만 있어도 가입이 가능한 보급형 상품들이 출시되며 고객군이 크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변호사·세무사 한 팀으로 자산 관리”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생활관리형 신탁에 자산 운용 기능을 추가한 ‘100년 운용 치매 대비 신탁’을 선보였다. 통장 하나로 자산을 굴리다 병을 얻으면 노후 관리를 받고 사후에는 상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질 때를 대비해 자녀 중 한 명을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되면 계좌주가 아니더라도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착오송금을 예방하기 위해 한 번에 목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한 달 인출 한도액도 설정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KB내생애(愛)신탁'도 자산관리와 생활, 상속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다. 평소에는 투자로 자산운용을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의료비나 생활비를 받을 수 있고, 사후에는 상속이나 기부 등 자산 처리에 대해 설계도 할 수 있다. 건강검진 우대와 명의 찾기, 질환 맞춤 전문병원 예약 등의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 상품 구조. 신탁을 통해 유언으로 재산을 처분하는 것과 유사한 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나은행]

유언대용신탁 상품 구조. 신탁을 통해 유언으로 재산을 처분하는 것과 유사한 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나은행]

신탁 시장 다양화…상속묘(猫)도 있다 

반려동물을 상속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2016년 업권 최초로 ‘KB 펫코노미 신탁’을 내놨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사망해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한 상품이다. 고객이 은행에 자산을 맡기면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에게 자산이 지급된다.

상조 서비스와 연계된 신탁 상품도 있다. IBK기업은행의 ‘IBK안심상조신탁’이 그중 하나다. 본인 사망 시 지정된 상조회사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수탁자인 은행이 상속 절차 없이 납입 금액으로 직접 상조 비용을 결제해 유가족들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특정 자산을 상속·증여할 수 있는 신탁 상품도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해 노후에 대비하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KB국민은행의 'KB위대한유산 신탁'이다. 매달 금을 소액씩 적립해 노후 자금 마련에 활용할 수 있다. 증여나 상속을 할 때는 금 실물과 현금 지급 중 선택할 수 있다. 상속 시에는 운용자산 그대로 승계받을 수도 있다.

배 센터장은 “앞으로 보험사 고객이 암·치매 진단비 등을 받으면 이를 은행에서 대신 관리해주고 사후 보험금 상속을 도와주는 상품 등 금융계 이종결합 신탁 상품들이 나올 것”이라며 “가족 구성원·질병 여부·자산 규모 등에 맞춰 상품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신탁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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