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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유언대용신탁 들면 자식 간 재산 분쟁 막을까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03)

"큰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는데, 이렇게 유언장을 작성해도 나중에 자식들 사이에 유류분 소송을 할 수 있는건지요?" [사진 pixabay]

"큰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는데, 이렇게 유언장을 작성해도 나중에 자식들 사이에 유류분 소송을 할 수 있는건지요?" [사진 pixabay]

올해 초라고 기억합니다. 생전에 유언대용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사망하자 자녀들 사이에 신탁수익재산에 관한 유류분소송이 있었는데, 신탁재산은 유류분과 관계가 없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아들만 둘 있는데, 작은아들이 자꾸 사고를 쳐서 고민이 많습니다. 큰 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는데, 이렇게 유언장을 작성해도 나중에 자식들 사이에 유류분 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유언대용 신탁을 하면 나중에 유류분 소송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맞는지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위탁자(아버지)가 생전에 수탁자(금융회사)와 특정 재산에 관해 유언대용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재산이 수탁자(금융회사)에게 신탁계약으로 이전 되고, 위탁자(아버지)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등 위탁자가 지정한 사람인 수익자에게 재산이 귀속될 수 있도록 해 사망 이후의 재산 분배를 정할 수 있는 제도가 유언대용 신탁제도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아버지 사망 후에 자식 간에 상속재산(유류분)을 둘러싼 분쟁을 막을 수 있겠죠.

2012년 신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유언대용 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상속재산을 누구에게 귀속하는지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엔 상속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을 제약하는 유류분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활용되는 빈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았습니다.

유언대용 신탁과 유류분의 관계에 관한 대부분의 견해는 유언대용 신탁의 계약 대상인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례자의 경우처럼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유언대용 신탁의 계약 대상이 된 재산(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1.10. 선고 2017가합408489 사건)이 선고되면서 많은 반향이 있었습니다.

유류분의 반환을 구하는 재판에서는 망인의 상속재산과 망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특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위 사건에서도 이런 점이 중요 쟁점이었고, 신탁계약에 따라 망인 사망 후에 수익자인 자녀에게 귀속된 부동산과 예금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인지 아닌지도 또 하나의 쟁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생전에 유언대용 신탁계약을 통해 금융회사에 맡긴 재산은 비록 금융회사가 맡아두고는 있으나 미리 수익자를 지정해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만약 그렇다면 이 신탁재산은 아버지 사망 후에 나눠야 할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거냐가 쟁점이었습니다.

유류분의 반환을 구하는 재판에서는 망인의 상속재산과 망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특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진 pixabay]

유류분의 반환을 구하는 재판에서는 망인의 상속재산과 망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특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진 pixabay]

재판부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범위에 관한 민법 제1113조 제1항의 ‘증여재산’이란 상속 개시 전에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돼 소유권이 수증자에게 이전된 재산을 가리키는 것이고, 아직 증여계약이 이행되지 않아 소유권이 피상속인에게 남아 있는 상태로 상속이 개시된 재산은 당연히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이든 제삼자든 가리지 않고 모두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구성한다(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다13682 판결)고 전제한 후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신탁재산인 부동산과 예금이 망인(위탁자)의 사후에 비로소 수익자의 소유로 귀속됐으므로 망인이 수익자에게 이 사건 신탁재산을 생전 증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탁재산이 아버지 사망 후에야 자녀나 배우자에게 귀속되므로 생전 증여는 아니다)
- 망인의 사망 당시 신탁재산은 수탁자인 은행에 이전돼 그 소유권이 은행에 있었으므로 이 신탁재산이 망인의 상속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아버지 사망 전에 은행으로 넘어가 있었으므로 상속인 간에 나눌 상속재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 다만 망인이 수탁자부터 어떤 대가를 받지 않고 신탁재산을 수탁자에 이전한 것은 성질상 무상이전이므로 민법 제1114조에 해당하거나 상속인을 수탁자로 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118조, 제1008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신탁계약의 수탁자는 상속인이 아니라 제삼자로 할 수 있는 은행이고, 신탁계약 및 그에 따른 소유권의 이전은 상속이 개시되기 1년 이전에 이루어졌으며, 수탁자가 신탁계약으로 인해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신탁재산은 민법 제1114조에 의해 산입될 증여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판결의 판시는 유언대용 신탁에 따른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된다는 ‘신탁법’의 법리를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한편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취득한 것을 증여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해 유언대용 신탁과 유류분제도와 절충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유언대용 신탁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상속인이 유류분 분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로는 위 판결의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 역시 위 1심 판결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고 하니 유류분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로 유언대용 신탁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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