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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法 이미 "공여자가 위증" 결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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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뉴스1

2020년 5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뉴스1

10년 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둘러싸고 당시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감찰이 우여곡절 끝에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수사팀이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2018년 사망)씨의 감방 동료들을 법정에 세워 그들의 기억과 다르게 “한만호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을 하도록 부추겼는지 여부가 가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법조계에선 “근본적으로 관련 감찰은 시작부터 할 가치가 없었다”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이미 4년 전 법원이 치열한 검토를 거쳐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만호씨가 돈을 건넸으면서 한 전 총리 1심에서 “안 줬다”며 위증을 했고, 동료 재소자 김모, 최모씨와 “검찰에선 ‘돈을 줬다’ 했는데, 법정에선 ‘안 줬다’고 번복해야겠다”고 논의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2017년 5월 17일 대법원 형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한만호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만호씨는 2010년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현금과 달러, 수표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어진 2010년 12월과 2011년 1월 한 전 총리 1심 공판에서 검찰 진술을 번복해 한 전 총리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거나 정치자금을 공여한 사실이 없다”라고 증언했다. 또 2011년 2월 같은 재판 증인이던 동료 재소자에 "한 전 총리에 9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공여한 사실과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할 계획과 돈의 사용처를 허위로 둘러댈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이 없으며 날조"라고도 했다.

한씨의 이 같은 진술 번복으로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이후 항소심과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한만호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1·2·3심 그의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본래 사건인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다수의 물증에 따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 한만호씨의 위증 유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전 총리의 동생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와 3차례 돈 전달 과정에서 자금 교부 내역을 기록한 회사 경리부장의 '접대비 총괄장부''채권회수목록', 달러 환전 기록, 당시 돈 전달에 사용한 여행가방 구매 영수증 등이다.

재판부는 되레 “한만호씨가 동료 재소자들에게 정치자금 공여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들과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할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소자들이 한 전 총리에 대한 자금 교부 사실, 한만호씨가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경위, 한 전 총리에 대한 한만호씨의 감정, 한만호씨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 대책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결국 재소자들이 한 전 총리 재판에 나가 한 증언은 검찰의 위증교사에 의한 게 아니라 한만호씨로부터 들은 말을 그대로 한 것이라는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한만호씨가 "한 전 총리와 친분이 없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집안) 종친인 한 전 총리에 자신이 소유한 빌딩 사무실을 시세의 반값에 임대해주고 한 전 총리의 고양시 아파트에 가구 설치와 인테리어 공사를 해줬으며, 한 전 총리도 한씨를 대기업 및 건설사 회장들과 만찬 자리에 초대하고 한씨가 입원하자 직접 병문안을 가는 등 상당한 친분관계를 유지했고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기도 했다"라고 판단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수사팀에 대한 감찰은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제외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과 3심, 한만호씨의 위증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3심 등 5번의 법원 판단을 뒤집으려는 것”이라며 “여권과 무리하게 감찰을 추진한 일부 검사에 의해 사법 체계가 흔들리고 불필요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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