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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증감과 직결되는 '환자응대법'

중앙일보

입력

며칠전 아는 분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열이 심해 대학병원을 찾았는데 전산이 다운됐다고 막연히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바로 접수창구 직원의 환자응대 방법에 있었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분명히 은행이나 동사무소와는 달라야 했다. 아이가 고열로 보채는 상황에서 부모의 불안은 급기야 분노로 변해 접수창구 직원과의 언쟁으로 번졌고 주변 환자들도 가세해 한참동안 병원이 소란스러웠나 보다.

요즘은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고 해서 웬만한 병원이면 안내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한 번은 모 대학병원 안내코너에 주차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더니 책을 읽고 있던 담당간호사가 눈길은 여전히 책에 둔 채 손짓으로만 다른 곳을 가리킨다. 안내를 받기는 했지만 병원을 나서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진찰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행동을 하면 치료가 되겠어요?' '그렇게 못 믿겠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하는 식으로 환자를 몰아붙이는 일이 종종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는 요즘 이러한 환자응대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또 한 사례. 대기실서 기다리던 아기가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이때 당황해 하는 어머니에게 간호사는 아무말 없이 휴지를 건네주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소아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퉁명스러운 간호사의 대응을 보고는 당사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정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창구에서의 불친절한 태도는 곧 의사의 치료에 대한 신뢰도와 연결된다. 그녀의 아무 생각없는 태도가 환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병원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는 때엔 접수 직원에서부터 간호사 그리고 원장 자신도 환자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는 대인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접수창구나 대기실에서의 응대법

환자가 맨 처음으로 대하는 이른바 의료기관의 얼굴이 접수창구다. 접수 직원의 말씨나 태도에 따라 병의원의 평판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무적인 태도를 버리고 찾아온 환자를 밝고 상쾌한 마음이 들도록 맞이해야 한다. 우선 환자가 묻기 전에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접수를 하시려면 이쪽으로 오세요' 등 직원이 먼저 말을 건네야 한다.

처음 온 환자에게는 친절하게 접수방법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때 다른 환자가 있는 앞에서는 어디가 아픈지 묻지 않는 것이 좋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우나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문진표를 사용하는 등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나이 드신 분이나 장애가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도를 똑바로 파악하여 대응함으로써 환자에게 편안함을 주도록 한다.

또 전화응대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얼굴이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만큼 더 신중한 응대가 필요하다

진찰·검사실에서의 응대법

진찰실에선 의사와 1대 1이 되므로 환자의 불안이 높아진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친근감이 들도록 배려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눈길을 맞추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표정관리가 중요하다. 또 상대를 보면서 먼저 '-님 안녕하세요'하면서 이름을 넣어 말을 걸도록 한다.

진찰실을 나간 환자는 검사실이나 처치실로 향한다. 검사, 처치실에서는 환자의 심리적 압박감이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이런 환자 심리를 제대로 살핀 응대가 중요하다.

그 중에도 내시경 등 고통이 따르는 검사에서는 계속 말을 걸어 환자의 불안감을 없애줄 필요가 있다.

약국에서는 그냥 약을 건네주기만 하지 말고 약의 종류, 복용량, 복용법 등 복약지도를 철저하게 한다. 환자가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지막 원무과에서는 돈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사무적으로 대하지 말고 '몸조리 잘 하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잊지 않도록 한다.

매뉴얼 만들기의 포인트

1. 대인기술의 기본은 환자에게 불안감·불신감·불쾌감·불안감을 주지 않는 '4不'로 요약된다.

2.대인기술은 머리 속으로만 이해한다고 저절로 실천되지 않는다.
'어서오십시오' '고맙습니다'와 같은 간단한 인사부터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장이 솔선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서비스정신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전제.

3.비지니스 매너에 대한 서적은 이미 많이 출판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서 직원들이 직접 만들게 한다.
매뉴얼은 접수창구·진찰실·약국·검사실·원무과등 각 부서별로 각각 만들도록 한다.

4.매뉴얼은 추상적이지 않도록 한다.
장면별로 응대법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한다. 또 옷차림편, 전화응대편, 외래접수편등 항목을 다양하게 꾸민다.

5.매뉴얼을 만들기 전에 대인기술에 대한 직원들의 지식·의식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한다.
직원들이 이해하고 있는 부분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6.원내에 각부서의 대표가 참여하는 '병원서비스위원회'라든가, '환자응대법개발위원회' 등을 운영하면 병원직원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7. 마지막으로 실천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의료기관 응대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적지만 은행이나 항공회사등 종업원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한다.

또 거래 은행이나 호텔, 백화점 등에 의뢰, 하루 또는 며칠간 직원을 파견하여 연수시키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의료기관보다 훨씬 앞선 은행이나 호텔, 백화점의 손님 접대에서는 본받을 점이 많다.

직원수가 적은 곳에서는 올바른 응대법에 대한 비디오를 이용, 되풀이해 직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비용과 시간면에서 효율적이다. 특히 개원을 앞둔 곳에서는 비디오에 의한 교육을 반복적으로 복습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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