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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 구매 인증샷…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공식 석상에 나와 입장을 밝힌 하루 뒤인 18일 온라인에는 다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자 A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해 "의도가 다분하다"는 등의 비난 글이 확산하면서다. A씨와 관련한 글에는 주로 "선거개입이다" "조용히 잊히는 게 2차 가해 안 받는 길"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피해 주장자 선관위에 신고했다"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딴지일보 캡처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딴지일보 캡처

이 같은 댓글이 2차 가해라는 반대 글도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박원순 시장님 피해 주장자를 신고했다"며 "공무원 정치 중립의무 위반과 특정 정당을 떨어뜨리기 위한 불법 선거운동, 공무원의 특정 선거 운동 등 서울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에 유선상으로 신고 접수하고 결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들은 댓글에 "이건 대놓고 위법이라고 본다" "정말 잘하셨다. 고맙다"고 반응했다.

선관위 신고에 대해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 신고 관련해선) 선관위에서 제대로 판단해주실 거라 생각한다"며 "민주당 박성민 의원이 어제 '피해자 기자회견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가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 말한 것처럼, 그들이 다 민주당 지지자들인 만큼 당 차원에서 경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극의 탄생' 구매 인증샷도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되는 도서 '비극의 탄생' 도서 구매했다는 '인증 글'도 다수 올라온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바로 구매했다" "오늘 수령했다. 잘 읽어보겠다" 등 실제 구매 인증샷을 첨부하는 식이다. 아울러 책 내용 중 박 전 시장의 ▶셀카 밀착 ▶무릎입술 접촉 ▶포옹 강요 등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 반박하는 부분 등 핵심을 정리한 '카드뉴스'가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 책은 오는 19일 발간 예정이지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교보문고 정치·사회 주간 베스트 3위, 예스24 정치·사회 부문 주간 톱20에 포함됐다.

A씨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비극의 탄생'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국가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은 피해와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책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가해 논란과 함께 박원순 전 시장의 인권위 결정문도 회자되고 있다. 피해자 측이 인권위로부터 지난 8일 전달받은 59쪽 분량의 결정문을 공개하면서다. 인권위는 앞서 지난 1월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 A씨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결정문이 전달되기까지 의결 후 통상 1~2개월이 걸린다.

논란이 된 도서 '비극의탄생'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카드뉴스가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된 도서 '비극의탄생'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카드뉴스가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인권위 결정문에는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피해자의 주장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결정문에는 2017년부터 박 전 시장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주장과 참고인들의 진술이 담겼다.

결정문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2018년 상반기 텔레그램으로 "오늘 멋졌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여성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냈다. "뭐해?" "향기 좋아 킁킁"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이 러닝셔츠를 입은 셀카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A씨의 친구가 2019년 여름~가을쯤 A씨가 박 전 시장이 보낸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 등 메시지를 봤다고 인권위에 진술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또 다른 참고인은 2020년 6월 A씨로부터 "오침 시간에 깨우러 들어갔을 때 안아달라고 해서 거부했는데도 안아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A씨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지에 박 전 시장이 보낸 문자 내용 일부가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과 ‘냄새가 맡고 싶다’, ‘오늘 몸매가 멋있다’, ‘사진을 보내달라’, ‘그때가 좋았어, 집에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나 별거 중이야' 등의 내용이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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