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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LH 사태···1군공기업 부패 막는 상임감사 80% '낙하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 정문에 언론에 보도 됐던 기사들이 전시돼있다. 경찰은 이날 땅 투기 의혹 관련 2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 정문에 언론에 보도 됐던 기사들이 전시돼있다. 경찰은 이날 땅 투기 의혹 관련 2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해 국가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맡는 '1군 공기업' 10개사(기획재정부 분류) 중 8개사의 상임감사가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공기업 낙하산 없도록 하겠다"했지만 #정권말로 갈수록 공기업 낙하산감사 더 늘어

상임감사는 기관장(CEO)을 견제하며 사내 부패·비리 감시·회계업무 감독 등의 막중한 역할을 하는 자리로 권한이 큰 만큼 보수도 많아 조직 내 '넘버 1.5'로 불리기도 한다.

공기업 상임감사 연봉 2억,임기는 '2년+1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1군 공기업 중 하나인 인천공항공사 상임감사의 2019년 연봉은 1억9637억원으로 사장에 이어 2번째로 많다. 공기업 상임감사 임기는 2년이고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공기업 상임감사의 중요성은 이번 LH직원 땅 투기 사건으로 크게 부각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LH직원들을 대상으로 청렴도 조사를 한 자료에 따르면 "사적 이익 등을 위해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6년 2.07%에서 2019년 5.09%로 증가했다. 또한 출장비를 부정으로 타낸 LH직원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입사 5년 미만으로 드러나 조직 밑바닥부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기능 제대로 작동했다면 비리 사전에 막았을 것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LH의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비리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 기능의 회복과 점검을 위한 입법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군 공기업은 대규모 국책 사업을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권한이 크고 비리에 노출된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LH는 토지수용권·용도변경권·용지개발권 등의 큰 특권을 갖고 있다. 정직원 수가 1만 명에 육박하고 매출액이 20조가 넘는 그야말로 '공룡' 조직이다. LH 자체적으로도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하는데, 조직이 커지고 인력이 늘어나 비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윤리경영계획도 세웠다.

감사에 이어 최종 사장 후보로까지 추대

하지만 이런 윤리 경영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LH의 상임감사는 감사 비전문가 출신이다. LH 상임감사 H씨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디어 특보를 맡았던 인물로 2018년 3월부터 LH에서 일하고 있다. 부경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원회 상임대표를 지냈다. H감사는 변창흠 전 LH사장에 이어 LH사장 최종 후보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이번 LH사태로 보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여야 4당 대표들과의 오찬회동에서 "공기업 등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부적격자,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도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권 말기로 갈수록 낙하산 인사가 늘고 있다.

최근에 '낙하산' 2명 추가 

1군 공기업 상임감사의 경우 최근 '캠코더 인사'가 2명 더 늘었다. 지난해 말 한국전력 상임감사로 취임한 C씨는 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이고 에너지 업무를 한 적은 없다. 전력산업이나 감사분야 전문가가 맡는 자리에 민주당 정치인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셈이다.

1군 공기업 상임감사 주요 경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군 공기업 상임감사 주요 경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 1월 한국도로공사의 상임감사로 취임한 K씨는 세월호가 낙하산 인사로 인해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이 무력화된 때문이라고 지적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그는 민변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K감사 이전의 한국도로공사의 상임감사는 감사원 특별조사국, 산업금융감사국, 방산비리감사단을 거쳐 고위감사 공무원을 지낸 감사 전문가였다.

이밖에 한국수자원공사·한국지역난방·한국가스공사·한국공항공사 등의 상임감사도 '캠코더 인사'로 분류된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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