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느는 日, 긴급사태 전면 해제...“이대로라면 4차 대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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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도쿄도(都) 등 수도권 4개 광역지역에 발령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를 21일부로 모두 해제한다. 감염자 수는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지만, 긴급사태 발령 연장은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해제하면 4차 대확산이 올 것"이란 전문가들이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긴급사태 예정대로 21일 해제키로 #감염자 늘지만 "연장해도 효과없다" 판단 #"재확산 이미 시작. 4월 도쿄 1000명 될 것" #

17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예년보다 빨리 핀 벚꽃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예년보다 빨리 핀 벚꽃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7일 저녁 총리관저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등에 내려진 긴급사태 선언을 21일부로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열리는 정부 코로나19 자문회의를 거쳐 이날 저녁 공식 발표한다. 이로써 올해 1월 8일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도시로 확대됐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 차례 연장됐던 긴급사태 발령은 2개월 반 만에 모두 풀리게 됐다.

1월 초 하루 8000명 가까이 나왔던 일본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긴급사태 기간 꾸준히 줄어들어 1000명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3월 들어서는 감소세가 확연히 둔화하며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NHK 집계에 따르면 17일 일본 전역에서 새롭게 확인된 감염자는 1535명으로 한 달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도쿄에서도 이날 409명이 확인돼 27일 만에 400명 넘는 하루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를 해제하더라도 재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 확대, 4인 이상 모임 자제' 등을 계속 권고할 방침이다.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됐던 음식점 영업시간도 1시간 늘린 오후 9시로 소폭 완화한다. 하지만 3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벚꽃 시즌이 시작되는 데다, 4월 초에는 입학식 등이 예정돼 있어 외출과 모임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봄기운이 완연한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봄기운이 완연한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3월 25일에는 후쿠시마(福島)에서 도쿄올림픽 성화 릴레이도 시작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긴급사태를 서둘러 해제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마쓰모토 데쓰야(松本哲哉) 국립의료복지대 교수는 17일 TV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에서 4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미 재확산이 시작됐단 의미고, 이는 4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하면 도쿄에서 4월 중에도 1000명의 하루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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