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후보 등록(18~19일) 전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날 오 후보 측 실무협상단인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를 어제 오늘 마치고 내일(19일) 단일 후보로 등록하는 약속은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도 “내일 단일후보 결정은 물리적, 정치적으로 어렵겠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 협상단은 이날 오후에도 협상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에도 협상이 불발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용지에는 두 후보의 이름이 모두 오르게 됐다. 야권 일각에서는 “아름다운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양측은 유선전화 조사 도입 여부, 설문조사 문항을 놓고 팽팽히 맞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안 후보 측 제안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유선 조사를 10% 반영하되, ‘오세훈-안철수 대결’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 뒤 지지율 격차로 승부를 내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유선 조사를 제외하되, 한 조사에서 후보 적합도와 경쟁력을 반반씩 묻는 방식이다.
반면 오 후보 측은 “유선 조사를 최소 5%는 반영해야 한다”(오 후보)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한 조사에서 두번 묻는 방식이 아닌) 한 업체는 경쟁력만, 다른 업체는 적합도만 묻고 합산하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유선 전화 조사는 통상 고령층이 많이 응답하기 때문에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제 단일화 마지노선은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8일로 밀렸다.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가 성사되면, 사퇴한 후보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새겨진다. 다만 인쇄 날 까지 단일화가 불발되면, 이후 한 후보가 사퇴해도 투표용지에 사퇴 표기를 할 수 없다.
19일까지 단일화 협상을 마치겠다는 당초 두 후보의 합의와 달리, 단일화 시한이 밀리자 야권 내부에선 “야권 승리를 위한 대승적 결단 없이, 협상 내내 평행선만 그렸다”(국민의힘 재선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남은 기간 네거티브 공세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국민의힘 초선 의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양측은 도를 넘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취재진과 만나 “안 후보 측이 부인 관련 공세를 했다”고 묻자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앞서 오 후보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겨냥해 “여자 상황제”라고 하자 안 후보는 “김 위원장의 사모님(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과 착각한 게 아니냐”고 정면 반박했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부인은 이름이 같다.
이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넘쳐나는 ‘갑질 의식’이 야권 단일화 협상의 난관”이라고 비판했다.
손국희ㆍ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