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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해고자 출입도 속수무책…최저임금은 또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 노동조합 집회. 연합뉴스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 노동조합 집회. 연합뉴스

해고된 직원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17일 입법예고되자 경영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노조의 과격 활동을 걱정하고, 노동계는 정부의 노조 활동 개입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다음달 26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고 법안의 수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7월 시행될 새 노동조합법은 A라는 회사의 직원이 아닌 사람도 A사 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할 수 있게 했다. 경영계가 “불법을 저질러 해고된 사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또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사람이 노조에 가입해 직원 간 갈등을 일으키거나, 사실상의 정치 활동 기구로 노조가 변질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총, "해고 조합원의 노조 외 출입은 승인 받아야"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지난해 말부터 “‘직원 아닌 조합원이 회사 안으로 들어올 땐, 노조사무실 이외에 장소에 가려면 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시행령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법 규정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시행령에 넣어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된 시행령애 이와 관련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와 노동계는 노동조합법에 직원 아닌 조합원의 불법행위 규정이 이미 명시돼있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경총은 “‘효율적’이라는 말과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활동’이라는 정의가 모호하다”며 “해고자 조합원이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봐야 하는 혼란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 방문한 경총 간부들. 뉴스1

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 방문한 경총 간부들. 뉴스1

노조 무효 규정엔 양측 비판 

경영계는 노조 설립 취소와 관련된 규정도 미흡하다고 반발한다. 법은 노조가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거나, 복리사업만을 추구하면 그 단체에 대한 노조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당초 시행령에는 이 같은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았을 때 정부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한다’는 규정을 뒀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은 ‘통보’ 문구가 ‘요구’로 바뀌었다. 이 요구를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의 불이익 규정이 명확치 않다는 게 경영계 지적이다. 경총은 “노조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둘러싸고 산업현장에서 노사 간 혼란과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정부의 개입 여지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합법적으로 설립된 노조에 정부가 임의로 시정요구권을 행사해 사후적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노조가 완전히 자유롭게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 상태를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저임금 심의도 다시 시작 

경영계는 또 이달 말 심의 절차가 시작될 2022년 최저임금을 놓고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인상률이 1.5%에 그친 점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제 성장률 반등이 예상되는 점 등을 들어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총은 “한국 최저임금은 2019년 기준 중위임금의 64.5% 수준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총은 또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 직원 중 36.3%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최저임금 지급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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