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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경우의 수 816개…문·이과 통합 ‘난수표 수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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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다. 1994학년도(1993년 실시)에 수능이 도입된 후 처음이다. 수학과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계열 구분이 사라지고 국어·수학에 선택과목이 도입된다. 대학별 반영 과목이 달라 선택에 따른 경우의 수만 816개나 된다. 난수표 전형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 수능 국어·수학 선택과목 도입 #사탐·과탐, 과 구분없이 2과목 선택 #EBS 연계율은 70%→50%로 축소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16일 2022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이과 통합이 핵심인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 개편이다. 국어는 독서와 문학이 공통이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수학은 기존의 가형(자연)·나형(인문) 구분이 사라진다. 모든 수험생은 공통과목인 수학Ⅰ·수학Ⅱ를 풀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한다. 국어와 수학 모두 선택과목의 문항 비중은 25% 내외다.

2022학년도 수능 ‘선택과목 도입’

2022학년도 수능 ‘선택과목 도입’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는 계열 구분 없이 17과목 중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과목은 사회 9개(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와 과학 8개(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로 지난해와 같다. 그러나 기존에 문과는 사회계열을, 이과는 과학계열을 선택했던 것과 달리 문과도 과학을, 이과도 사회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수험생마다 과목별 조합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단순 계산하면 선택과목이 국어에서 2개, 수학 3개, 탐구 17개 중 2개로,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816개에 달한다.

그렇다 보니 혼란해 하는 수험생들도 많다. 고3인 김모(18·서울 영등포구)군은 “수능을 보기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며 “선택과목도 다양하고, 대학별 반영비율도 달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의 경우 수학에 강한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문과 학생들보다 표준점수·등급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평가원은 “국어·수학에서 최종 점수를 산출할 때 선택과목별 점수 보정을 해 유불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수능과 EBS 연계율이 50%로 줄고 영어가 간접연계로 전환되면서 학생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간접연계는 EBS 교재 지문과 주제·소재·요지 등이 유사한 지문을 출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예전처럼 영어 EBS 지문만 외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EBS 교재 외에 다양한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늬만 문·이과 통합 수능이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과학의 선택과목을 지정해 칸막이를 뒀다. 수학은 미적분·기하 중 한 과목, 탐구영역은 과학 중에서만 두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대학에서 문·이과를 구분해 학생을 선발하는데, 수능에서만 칸막이를 없애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며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학생·교사 혼란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전민희·문현경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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