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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이어 미나리…2년 연속 아카데미 유혹한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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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15일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여우조연·남우주연·각본·음악의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한국 연기자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가 됐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배우 노엘 케이트 조, 앨런 김. 선댄스 영화제 홍보용으로 찍었던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15일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여우조연·남우주연·각본·음악의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한국 연기자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가 됐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배우 노엘 케이트 조, 앨런 김. 선댄스 영화제 홍보용으로 찍었던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전형적인 할머니나 전형적인 엄마, 그런 거 하기 싫다. 조금 다르게 하고 싶은 게 내 필생의 목적이다.” ‘미나리’로 한국 배우 첫 오스카 노미네이트라는 금자탑을 쌓은 윤여정의 연기 지론이다. 그 말처럼 손자 데이빗(앨런 김)에게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의 생명력을 역설하는 달관의 연기는 언어 장벽을 넘어 세계 관객을 흔들었다. ‘미나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미국 안팎에서 91개의 상을 휩쓸었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만 33개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아시아계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윤여정이 다섯 번째. 그가 수상하면 1957년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가 된다. 윤여정은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와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

6개 부문 후보 오른 영화 ‘미나리’ #스티븐 연 남우주연, 정이삭 감독상 #작품·각본·음악상에도 노미네이트 #윤여정, 미나리로 조연상 이미 33개

윤여정은 1966년 TBC TV 탤런트 공채로 데뷔했고, 김기영 감독의 컬러판 ‘화녀’(1971)가 첫 스크린 출연 작품이다. 각종 연기상을 휩쓴 젊은 시절을 지나 가수 조영남과 이혼 후 가족을 부양하느라 본인 표현으론 “닥치는 대로” 다작하던 때도 있었다. “60살 넘어부터 사치스럽게 살려 마음먹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일하겠다는 사치.” 이런 의지로 소위 작가주의 영화들에서도 진취적이고 개성 있는 아우라를 발산했다. ‘하녀’ ‘돈의 맛’(이상 감독 임상수),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 등으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수차례 밟았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로 캐나다 판타지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미국에선 TV 드라마 ‘워킹 데드’ 등으로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출연했고 ‘미나리’에선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국 가장을 절실하게 연기했다. 수상할 경우 아시아계론 세 번째다. 앞서 몽골계인 율 브리너가 제29회 시상식에서 ‘왕과 나’(1956)로 아시아계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이어 인도계 영국인 벤 킹슬리가 ‘간디’(1982)로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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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나리’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예상을 뛰어넘는 6개 부문에 호명됐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정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진심의 언어(the language of the heart)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라고 소개한 바 있다. 또한 영화를 만든 가장 큰 이유로 “딸이 7세가 됐을 때 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그때 느꼈던 것을 되새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정 감독은 영어로 각본을 썼다가 이를 한국어로 고쳤고 이 과정에서 윤여정 등이 자연스러운 구어체로 도움을 줬다고 한다.

‘미나리’는 영어 비중을 따지는 골든글로브에선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했지만 아카데미는 그런 제한이 없어 후보 지명이 기대됐다. 작품상 경쟁작은 ‘더 파더’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맹크’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의 플랜B 엔터테인먼트와 A24가 공동제작했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 감독 에릭 오(오수형)의 신작 ‘오페라’는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강혜란·나원정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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