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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유해성" 구체적용 불가… 흡연피해 논란

중앙일보

입력

흡연과 폐암 발병을 둘러싼 '담배 소송'과 관련해 의료기관이 "역학적 연구 결과를 구체적 사상(事象)에 단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내용의 흡연자들에 대한 신체 감정서를 제출해 담배 유해성과 배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감정서는 일반적인 흡연과 암 발생에 대해 "흡연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의 주요 원인이고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위암, 자궁경부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의 40%는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는 코호트 연구서를 인용해 설명했다.

그러나 감정서는 '담배 소송' 원고 6명에 대한 신체 감정에서는 흡연 경력과 폐암 등 질환 사이에 구체적 인과 관계가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판단을 배제했다.

원고들이 흡연 이외의 다양한 위험 인자에 얼마나 노출돼 있었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를 판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감정서는 밝혔다.

대기 오염과 목재 분진, 농약 등 화학 약품, 돌가루, 음주, 폐질환 등 다양한 위험 요소에 원고들이 노출돼 있었던 상황에서 흡연이 어느 정도 암 발병에 관련이 있는지 상대적 위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요컨대 감정서는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상식'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지만 원고들의 발병 과정에서는 흡연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 정부 설립 암 전문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는 2002년 4월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의 일종인 선암에 걸려 숨졌다며 김모씨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사실조회 답변서를 통해 "흡연은 중독성이 있고 유전자 변이로 폐암이 발생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인정한 바 있다.

서울대 감정서는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숨겨왔는지, 흡연자들이 유해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흡연을 해왔는지 등 불법 행위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구체적인 소송 당사자의 피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참고 자료로 재판에 활용될 전망이다.

감정서를 받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조관행 부장판사)는 이달말까지 양측의 자료를 모두 제출받은 뒤 최대한 빨리 재판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원고측과 담배를 전매하는 KT&G 등 소송 당사자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의료 기관의 감정 결과도 차이가 있어 실제 재판 결과는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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