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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잔 의사가 실수 덜 한다

중앙일보

입력

"잠을 충분히 자는 의사들이 그렇지 않은 의사들보다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를 훨씬 덜 한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 같지만, 이같은 조사 결과가 현재 연속 30시간 근무하는 등 수습의사 교육과 환자치료에 관한 의학계의 오랜 전통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를 인용, 보도했다.

이 조사는 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인턴 24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한번에 16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하는 새 근무 방식과 전통적인 근무 방식을 번갈아 하게 하며 진단, 약 처방, 시험결과 판독, 시술 등에서 실수 빈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새 전통적인 근무 방식일 때 실수 빈도가 새 근무 방식에 비해 35.9%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사망 숫자에선 별 차이가 없었으나, 이는 조사 감독 의사들이 면밀히 주시하면서 실수를 바로 잡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 수습 의사들이 환자 치료에서 큰 몫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춰 이같은 조사 결과는 환자 안전이나 생명과 관련, 현행의 의사 실습 교육과 환자 치료 방식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의학계에선 전통적으로, 한번에 오래 근무하는 게 의사와 환자간 유대감을 높이고 의사가 환자 상태를 잘 알게 되고 치료의 지속성도 유지할 수 있어 더 나은 진료를 낳는다는 생각에서 30시간씩 잠도 자지 않고 연장근무한 뒤 교대케 하는 실습.교육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수습 의사들의 과도한 연장근무는 지난 1984년 뉴욕 한 병원에서 18세 난 환자의 사망 원인으로 레지던트의 근무 방식과 감독체계소홀이 지적된 것을 계기로 크게 논란이 됐었다.

미국 의학계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현행 근무지침 변경 필요성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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