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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LH전북본부 "간부 죽음 안타깝지만 불신은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죽음은 안타깝지만, 이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니겠어요.”

잇따른 간부급 죽음 뒤 안팎으로 불신과 당혹감 교차 #전북경찰청은 “LH 직원 대상 내사 여부 밝힌 적 없어”

13일 오전 찾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LH 전북지역본부 인근 상점가 업주가 굳게 닫힌 건물 출입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휴일인 탓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자중하는 분위기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LH 전북본부를 오가는 직원은 찾을 수 없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LH 전북지역본부.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 전주시 완산구 LH 전북지역본부. 프리랜서 장정필

하루 전 전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LH 전북본부 전 본부장 A씨(56)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중 일부가 전북본부에서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A씨는 국가수사본부와 경기남부경찰청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확인하고 있는 LH 임직원 100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투기 의혹 확인 대상도 아니던 전임 LH 전북본부장이 퇴직을 앞두고 한 극단적 선택을 놓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더라도 책임을 느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때문에 LH 전북본부 인근 업주와 주민들도 땅 투기 의혹과는 별개로 “본부장까지 지낸 A씨의 죽음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직원들도 간부급 죽음에 당혹

전북 전주시 완산구 LH 전북지역본부.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 전주시 완산구 LH 전북지역본부. 프리랜서 장정필

LH 내부에서는 “본인이 30년 가량 몸담은 조직이 궁지에 몰리고 국민에게 뭇매를 맞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루 전 A씨의 죽음에 이어 13일에도 경기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컨테이너에서 LH 파주사업본부 간부 B씨(58)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와 관련해서는 지난 11일 부동산 투기 관련 첩보가 접수돼,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LH에 쏠린 불신과 의혹뿐만 아니라 이틀째 잇따른 간부급 직원들의 죽음에 대한 당혹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LH 직원은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겠지만, 모든 임직원을 범죄자로 보는 시선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경찰, “LH 내사 여부 공개 불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내사 중인 전북경찰청은 LH 전북본부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전북경찰청이 광명 시흥 신도시 혹은 전북 일대 등 투기 의혹을 파악 중인 지역이 어딘지에 대해서도 “내사 중인 사건이라서 구체적인 말을 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LH 전북본부와 관련된 내사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LH 직원 등을 상대로 내사한다고 밝힌 적 없다”며 “LH 직원들이 내사 대상에 포함됐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공개 불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숨진 A씨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던 인물”이라며 “죽음 이전에도 전혀 내사 대상에 포함된 적 없다”고 했다.

전북경찰청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이유도 “국가수사본부에서 3기 신도시와 관련된 부동산 투기 관련 첩보가 내려와 확인 중”이라는 공식 입장만 밝힐 뿐, LH와 연관성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전주=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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