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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지우겠나"···대형 게임사 면접 '사상 검증'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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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취업박람회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뉴스1

지난달 열린 취업박람회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뉴스1

동아제약이 여성 면접자에게 "군대에 갈 의사가 있느냐"고 물어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게임사 면접에서 "페미니스트 작가의 그림을 게임에서 지우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회사는 지원자가 "사과하지 않으면 회사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뒤늦게 지원자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

11일 게임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A 씨는 익명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이달 9일 '3N'(넥슨·엔씨·넷마블) 중 한 곳의 면접에서 사상 검증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면접관이 자신에게 "페미니스트라고 이슈가 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게임에서 지우겠냐"고 물었다며 "회사 조직을 위해 협업 직군의 직원을 해고할 것인지, 남의 밥줄을 쥐고 흔들어보라는 비인간적인 선택을 강요한 것이다. 피면접자의 인간성을 마모시키면서 실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남성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여성인권을 지지하는 여성 성우나 일러스트레이터를 기용하면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게임회사들이 면접 과정이나 협업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작업자들과 계약을 배제하는 사건도 지속해서 발생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성 인권 이슈와 관련해 작업에서 배제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겪은 여성이 최소 14명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사상 검증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A 씨는 "면접에서 사상을 검증하고 타 직군을 욕보이는 질문이 게임 회사 면접에 없었으면 좋겠다"며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이 뜨거운 이슈인데, 설마 이런 질문을 받을 줄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A 씨는 N사에 메일을 보내 사과와 함께 면접에서 사상 검증 질문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회사가 제대로 답장을 하면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n사 답변. 트위터 캡처

A씨가 공개한 n사 답변. 트위터 캡처

A씨가 이날 오후 7시 50분경 올린 또 다른 트윗을 보면 N사가 "당사의 실무면접 과정에서 사상검증 질문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트윗 내용에 따르면 N사 측은 "말씀 주신 바대로 향후 회사는 면접 과정에서 채용후보자의 사상검증으로 판단될 수 있는 질문이 일절 없도록 면접관 대상 사전교육 등을 통해 철저히 교육하는 것은 물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전면 재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답변에 대해 A 씨는 "보내주신 내용 확인했다. 믿고 있겠다"는 트윗을 남겼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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