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판매량의 2배' 中 화창베이 짝퉁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2021.03.12 10:50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위치한 화창베이(華强北)전자상가.
2016년까지만 해도 화창베이는 '짝퉁 휴대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디지털 전자상가로 유명했다. 하지만 중국 내 짝퉁 전자제품 수요가 줄며 2017년부터 전자제품 매장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화장품 가게들이 채웠다.

화창베이 전자시장. ⓒ셔터스톡

화창베이 전자시장. ⓒ셔터스톡

쇠퇴한 전자제품 시장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제품이 있다. 바로 무선 이어폰이다.

화창베이 전자 시장의 자체 브랜드의 무선 이어폰이 아니다. 이들이 제조한 타브랜드의 '모조품'이 판매량 선두를 달리고 있다.

왼쪽이 정품 에어팟, 오른쪽이 화창베이의 에어팟이다. ⓒsina

왼쪽이 정품 에어팟, 오른쪽이 화창베이의 에어팟이다. ⓒsina

2019년 애플의 에어팟은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판매량은 6천만 대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화창베이 에어팟의 판매량은 1억 개를 돌파했다.

2020년 화창베이 에어팟 출하량은 6억 개에 달한 데에 비해 정품 에어팟 출하량은 8~9천 대에 불과했다.

ⓒ타오바오 캡처

ⓒ타오바오 캡처

중국의 대표적 이커머스 타오바오에 '에어팟 화창베이'를 검색하면 수많은 제품이 나온다. 중국에서 1999위안(약 33만 원)에 팔리는 정품 이어폰이 이곳에선 98~150위안(1만 7천 원~2만 6천 원) 정도에 팔릴 정도로 가격 차가 크다. 이들 제품의 출하 처는 대부분 광둥, 선전이다.

화창베이 에어팟에 대해 네티즌 절대다수는 호평한다. "10분의 1 가격에 구매해 80% 이상의 기능을 체험하고 있는데 정품 살 필요가 뭐가 있나요"라며 입을 모은다. 에어팟을 사고 싶어도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에게 짝퉁은 가성비 좋은 선택이다.

왼쪽이 정품 에어팟, 오른쪽이 화창베이의 에어팟이다. ⓒsina

왼쪽이 정품 에어팟, 오른쪽이 화창베이의 에어팟이다. ⓒsina

화창베이 에어팟은 입소문부터 판매량까지 짝퉁 테두리 안에서 신(神) 같은 존재다. 애플 제품에 포함된 모든 기능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 기기나 윈도우 PC 연결도 가능하다.소비자들은 짝퉁 제품인 걸 알지만, 음질이나 품질, 착용감, 외관 등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내린다.

해당 에어팟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유명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블로거들의 추천 때문이다.

왼쪽이 정품 에어팟, 오른쪽이 화창베이의 에어팟이다. ⓒsina

왼쪽이 정품 에어팟, 오른쪽이 화창베이의 에어팟이다. ⓒsina

비리비리(B站), 즈후(知乎)등 중국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SNS 상엔 짝퉁 에어팟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져 있다. 누군가가 짝퉁 신발을 사면 손가락질을 당하겠지만, 짝퉁 에어팟을 구매하고 리뷰하면 아무도 조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품에 질문하고 구매 링크를 요청한다.

소비자들은 화창베이(華强北)의 기술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상황. 여기에 애플이 내어놓지도 않은 '에어팟 프로 2세대'가 화창베이에서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소비자들은 기대감에 쌓여 있다.

웨이보에 업로드된 갤럭시 S20 모조폰 영상ⓒ웨이보

웨이보에 업로드된 갤럭시 S20 모조폰 영상ⓒ웨이보

이는 애플에만 해당된 게 아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 S20의 모조품 영상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영상 제작자는 "해당 제품의 이름은 'S21 울트라'로, 화창베이 전자상가에서 구매했다"고 밝혔다.

실제 제품과 같은 외관과 디스플레이, 버튼, 충전 포트, 카메라 렌즈 등이 탑재되어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해당 영상은 업로드 하루 만에 수만 명이 시청했지만, 진품인 삼성폰의 중국 점유율은 고작 2%에 달했다.

ⓒ바이두

ⓒ바이두

베이징 중관춘(中關村)과 함께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곳이 바로 이곳 화창베이 전자상가다. 그러나 이들의 발전엔 '모방'이 있었다. 기술과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방을 통한 발전과 돈맛은 달콤했다.

전자시장의 쇠퇴로 인해 매장이 사라지면서도 모방 상품은 계속해서 출시된다. 화창베이에서 짝퉁 핸드폰, 액세서리를 찍어냈다면 이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국내외 휴대폰을 연상케 하는 핸드폰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식재산권 강화, 짝퉁 타도"를 언급하고 나선 시진핑 주석의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샤오미에서 출시한 레드미5A ⓒ샤오미 홈페이지

샤오미에서 출시한 레드미5A ⓒ샤오미 홈페이지

모방 상품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상 국제 규칙을 지켜야 하는 중요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다. 그러나 물밑에서 진행되는 짝퉁 제품 제조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중국은 ‘짝퉁’ 국가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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