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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철수, 김종인에 "만나자" 전화···오세훈과는 2차 회동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두 호보는 지난 10일 밤 서울 마포구 미팅룸에서 50분간 회동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두 호보는 지난 10일 밤 서울 마포구 미팅룸에서 50분간 회동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해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 단일화 등을 놓고 속 터놓고 얘기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에 대해 “제3지대 후보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보궐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 될 것”이라고 공언하는 상황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무협의단 "17~18일 여론조사, 단일화 발표는 19일"

이날 양당 인사들에 따르면 안 후보는 10일 김 위원장에게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당 대표로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다. 조만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가 만나자고 하기에 원하는 날짜를 잡아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결국 제1야당 후보인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11일 두 후보가 윤 전 총장에 대해서 서로 가깝다고들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국면에서는 윤 전 총장을 상수로 놓고, 서로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을 하면 되는 일”이라며 “아무래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경쟁 상황이라 윤 전 총장에 대한 얘기를 각자 꺼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후보는 윤 전 총장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안 후보 측에서는 “윤 전 총장과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소통이 있을 수 있다”(이태규 의원)거나 “안 후보와 윤 전 총장이 함께 하는 부분은 기대하셔도 좋다”(권은희 의원)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 본인도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넘어야 할 게 서울시장 선거이니 (윤 전 총장의)역할을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안 후보 측에서 ‘윤석열 이슈’를 치고 나가자, 오 후보 쪽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윤 전 총장과는 직접은 아니지만,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면서 “단일화 이후 얼마든지 만날 수도, 협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두 후보는 10일 밤 서울 마포 미팅룸에서 비공개 회동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두 후보는 10일 밤 서울 마포 미팅룸에서 비공개 회동했다. 오종택 기자

그런 가운데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지난 10일 밤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회동을 앞두고 두 사람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오세훈 “오늘 밤 가볍게 한 잔 하며 얘기 하시죠.”
안철수 “일정 때문에 저녁 식사를 못했는데 술 대신 다른 것 어떻습니까.”

야권 단일화를 놓고 협상 중인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최근 ‘회동 정치’에 한창이다. 두 후보는 지난 10일 밤 서울 마포의 한 미팅룸에서 배석자 없이 50분 가량 차담을 나눴다. 지난 7일 밤 맥주회동 이후 두번째 만남으로 첫 만남은 안 후보가, 이날 만남은 오 후보가 제안해 성사됐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비교적 다양한 사안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우선 18~19일 후보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매듭짓기로 했다. 또 비전 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비전 발표회는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각자 공약과 비전을 발표한 뒤 언론인 등 전문가 패널의 질문을 받는 방식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말 비전 발표회를 열 수 있다”고 전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는 특히 정책 협의팀을 구성하고 서울시 공동 경영을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양 측은 정책 협의팀에 대해 “두 후보의 공약이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 지 조율하고, 단일화 시 탈락 후보의 공약을 계승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시 공동 경영을 놓고도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다만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후보 회동에서 공동 경영이란 표현이 자칫 ‘나눠 먹기’로 오해될 수 있다며 “공동 경영 대신 연립시정이라는 틀에서 접근하는 게 어떠냐”는 말이 나왔고, 두 후보가 향후 연립 시정이란 표현을 사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왼쪽 세번째)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왼쪽 네번째) 등 양당 실무협상단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상견례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왼쪽 세번째)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왼쪽 네번째) 등 양당 실무협상단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상견례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두 후보의 연이은 비공개 회동을 놓고 야권에선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적극적인 단일화 시그널을 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톱다운 방식은 수뇌부가 먼저 회동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무진 회동에서 디테일한 조정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실제 두 후보는 실무협상단 첫 회의(9일)를 이틀 앞둔 7일, 두번째 실무단 회의(11일)을 하루 앞둔 10일 회동했다.

이날 오후 실무단은 두번째 회의를 마쳤다.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은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17, 18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19일 단일화를 발표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실무단은 12일 오전 3차 회의를 이어간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경쟁은 초접전 양상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야권이 오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38.4%, 안 후보로 단일화 해야한다는 응답은 38.3%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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