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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추천위원장에 박상기…‘차규근 불구속’ 탄원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구속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장관 본인도 공익신고인에 의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정보 조회 및 출금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국민권익위에 신고된 상태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박 전 장관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김 전 차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인사를 차기 총장에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탄원서 낸 다음날 영장 기각돼 #윤석열 징계위 참석했던 안진 등 #추천위 비당연직 3명 편향성 논란 #“김학의 출금 뭉갤 인사 추천 우려”

11일 차규근 본부장 측 변호인 등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지난 5일 차 본부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앞서 “차 본부장의 구속이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오대석 수원지법 영장전담 판사에게 제출했다. 탄원서 등을 검토한 오 판사는 6일 새벽 2시쯤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댔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언론에서는 차 본부장이 영장 기각 후 검찰 소환조사에도 불응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 본부장은 변호인을 통해 “소환 일정이 촉박하다”는 취지로 부인했지만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 후 언론 인터뷰는 하면서 조사에는 불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법조계에서는 “전직 법무부 장관이 적법절차가 문제된 사안에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전 장관은 탄원서 제출 경위 등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 위원 명단

검찰총장후보추천위 위원 명단

박 전 장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는 지난 1월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106쪽짜리 공익신고서에 박 전 장관을 조사 대상자로 적시했다. 제보자는 “법무부 공무원들이 무단으로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조회하고 이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제공한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파견검사(이규원 검사)가 (법무부 공무원이 파악한) 출입국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 출국금지를 한 사실을 알면서도 출금 요청을 승인하게 했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박 전 장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그러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법무부는 후보추천위원 9명 가운데 비당연직 위원(4명)으로 박 전 장관 외에도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원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위촉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말 열린 윤석열 전 총장 검사징계위원회에 외부위원으로 참석했다. 손 논설위원은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정권 수사만이 정의인 양 강변하는 것이야말로 윤 총장이 법률가 아닌 정치인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유진·강광우·박현주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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