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람 없는 봄, 수도권 초미세먼지 최고 6배 치솟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온이 오르고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반갑지 않은 ‘불청객’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11일 수도권을 덮쳤던 미세먼지는 대기 정체로 인해 15일까지 ‘나쁨’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보됐다.

부천 195㎍/㎥, 강동구 141㎍/㎥ #수도권 오늘도 비상저감조치 발령 #16일 강풍 불 때까지 미세먼지 계속

기상청 등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까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99㎍/㎥였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91㎍/㎥와 96㎍/㎥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는 36㎍/㎥ 이상이면 ‘나쁨’,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에 해당한다. 이날 수도권 초미세먼지 수준이 ‘보통’ 단계(16~35㎍/㎥)인 날에 비해 3~6배나 나빴다는 의미다. 경기 부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낮 한때 195㎍/㎥까지 치솟았고, 서울 강동구도 한때 141㎍/㎥의 농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충남(84㎍/㎥), 세종(66㎍/㎥), 전북(64㎍/㎥), 광주광역시(53㎍/㎥) 등 중서부지역 곳곳에서 온종일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이에 따라 이날 수도권에 3월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져 자동차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운행이 제한됐고, 발전소와 오염물질 다량배출 사업장의 운영 시간도 변경됐다. 비상저감조치는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틀 연속 50㎍/㎥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정부는 12일에도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장기간 머물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5일까지 ‘나쁨’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봄철 미세먼지는 계절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압 패턴으로 인한 대기 정체가 주된 요인이다.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겨울, 남쪽의 따뜻한 고기압이 우세한 여름과 달리 봄에는 기압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대기가 정체된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도 고기압이 머물면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밤과 낮의 온도 차에 의해 낮에는 먼지가 서해 상으로 나갔다가 밤에 다시 육지로 들어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남 지역은 7일 밤부터, 수도권과 중서부 내륙 지역은 8일부터 대기정체로 먼지가 누적됐다”며 “15일까지는 당분간 ‘나쁨’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 예보도 있지만, 미세먼지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에서 다가오는 약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11일 밤부터 12일 밤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20~60㎜, 남부지방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10~40㎜의 다소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북부에도 5㎜ 미만의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가 시간당 5㎜ 이상 지속해서 내려야 세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중부지방에는 비가 내리더라도 빗방울 수준으로 흩뿌릴 것”이라며 “다가오는 저기압의 강도도 세지 않아, 바람이 강하게 불 가능성도 작다”고 설명했다. 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다소 불 수도 있지만 13일엔 서해 상으로 나갔던 먼지가 되돌아와 쌓여 고농도 미세먼지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보센터는 16일이 돼야 강한 바람이 불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