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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서 개경까지 '청자 바닷길'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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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0일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공식 공개한 다량의 고려시대 생활용 청자와 침몰한 선박의 선체는 우리의 고대 선박과 청자 유통 경로를 연구하는 데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할 전망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도 안품(12개 바위섬으로 이뤄진 무인도군 인근 바다)' 근해 해저 16m 지점에서 침몰된 고려시대 선박의 선수 혹은 선미로 추정되는 판재 구조물이 발견됐다. 또 이 부근 동서 10m, 폭 6m 정도 지역에 나무 쐐기와 짚으로 포장된 청자들이 물에 잠겨 있었다.<10월 10일자 9면 보도>

유물을 감정한 윤용이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991년 목포대박물관이 조사한 바 있는 전남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 일대 고려 가마터 출토품과 비슷해 11세기말~12세기 초반 해남에서 제작됐을 것"이라며 "밥그릇이나 국그릇, 반찬접시나 찻잔 등으로 사용한 '생활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생활용 고려청자 유물은 완도 해저에서 3만6백여점(12세기 전반), 최근의 서해 비안도 해저에서 3천1백여점(12세기후반)이 확인된 바 있다.

윤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화형접시와 청자완 등 유물들은 여지껏 발굴된 해저 유물 중 가장 앞선 시기의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발견으로 '해남~신안~군산 고군산 열도~안면도 부근~인천 앞바다~개경'으로 이어지는 고려시대 청자의 수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도자기를 포개 짚이나 갈대잎으로 완충 작용을 하게 포장한 방법은 해상운송 방식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인양 혹은 수습 신고된 유물은 청자류 1천2백여점이지만 청자가 층을 이뤄 겹겹이 쌓여 있는 상태라 정확한 양은 아직 알 수 없다.

선체 역시 주목할 발굴 성과다. 국립 해양유물전시관 관계자는 "이 선체가 인양된다면 이전에 조사된 완도선(11세기), 달리도선(14세기)과 함께 우리 전통 한선(韓船)의 발달과정을 밝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다음달 중순까지 기한으로 20~30일에 걸쳐 유물을 인양할 예정이다. 선체는 올 겨울을 넘기고 내년 봄 이후 3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져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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