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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거센 IT업계 대신 소상공인 다독인 조성욱 공정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디지털 갑을관계 규율을 바로잡는 초심을 되새기겠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네이버ㆍ카카오ㆍ쿠팡ㆍ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업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 업체 갑질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여 왔다. 이날 발언은 정보기술(IT)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이는 데 계속 초점을 맞춰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 위원장은 “소비자ㆍ중소사업자ㆍ소상공인 등 경제주체가 플랫폼에 더 많은 부분을 의존하며 ‘디지털 갑을관계’에 놓일 우려가 늘었다”며 “공정위는 기존 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중소사업자ㆍ소상공인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시점이 묘했다. 공정위가 간담회 불과 사흘 전인 7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발표해서다. 개정안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ㆍ대금 수령ㆍ환불 등의 업무를 하며 고의ㆍ과실로 소비자에 손해를 끼칠 경우 입점업체와 배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했다. ‘광고’ 여부도 분명히 표시하도록 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서 거래하다 분쟁이 발생하면 중개업체가 판매자 신원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IT업계의 반발은 거셌다. 개정안 발표 직후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국내 1500여개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공동입장문을 내 “디지털 경제를 퇴행시키고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착오적 법안”이라며 “해외사업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역차별을 조장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입점업체부터 만나 의견을 들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완료해 상생협력 기반이 마련될 수 있게 하겠다”며 소상공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는 우선 중소업체가 피부로 느끼는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사용 기업 978곳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6.1%는 수수료가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수수료가 적정하다는 응답은 13.0%에 그쳤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 매출액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답도 73.9%나 될 정도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 중 부당행위 경험에 대해서는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7.1%였다.

입점업체는 이날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며 “입점업체 상품을 들러리 세워 자사 자체브랜드(PB) 상품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관련 법을 빨리 입법해달라며 ▶판매수수료ㆍ광고비ㆍ검색결과 노출 기준 등 주요 거래조건의 계약서 명시 ▶입점업체 단체구성권ㆍ협의요청권 ▶배달 앱 수수료 인하 ▶숙박 앱 사업자 이익의 상생 투자 등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엔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숙박업중앙회 대표 등이 나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공정 거래에 따른 피해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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