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석열 "절이나 좀 다녀볼까"…새삼 떠오른 '걸레스님' 인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절이나 좀 다녀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 전후로 주변 인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와 최근 대화한 한 법조계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사찰 방문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과는 당분간 조금 더 거리를 두며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더라”고 전했다.

尹 “절 좀 다녀볼까”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지난해 2월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위촉식에서 진명 스님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지난해 2월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위촉식에서 진명 스님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불교 신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불교와의 인연을 각별하게 여긴다고 한다. 여기엔 과거 중광스님(重光ㆍ1935~2002)과 조우했던 윤 전 총장의 기억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변 인사들 증언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당시 정국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피신 목적으로 강원도의 여러 사찰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 중 한 곳이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에서 그는 중광과 만났다고 한다. ‘걸레스님’으로도 유명한 중광은 ‘미치광이’를 자처하며 파격적인 삶을 살았지만, 불교 계율에 맞지 않는 기행으로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런 중광을 먼저 알아본 윤 전 총장이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이내 친해졌다고 한다.

중광 외에도 윤 전 총장은 여러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그 중 관상을 보는 한 스님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법고시는 좀 늦게 합격하겠지만, 앞으로 크게 될 놈이다.”(윤 전 총장 측근의 전언)

윤 전 총장의 늦깎이 결혼도 한 스님의 중재로 이뤄졌다. 그는 52세이던 2012년 열두 살 연하인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사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도 작용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어머니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강릉의 외가를 자주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강원도의 여러 사찰을 접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외가는 강원 지역의 유력 정치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강릉에서 11ㆍ12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이봉모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외할머니의 동생이다.

尹 측 “3~4월 중 활동 계획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의 잠행은 길어질 모양새다. 이날 윤 전 총장을 대신해 입장문을 낸 손경식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강연활동이나 기타 외부적 활동은 3~4월 중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라 우선 정돈을 하고 소송 마무리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SNS 활동 계획 등을 포함한 공보 업무에 대해선 “3~4월 중에 특별 활동을 할 계획이 없어 공보활동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또 특별한 구조를 준비해 둔 것도 아니다”며 “필요성이 있으면 적절한 방법을 구축해 통보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4ㆍ7 재ㆍ보궐선거 전까진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입장문을 두고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향후 외부활동을 앞두고 본격적인 진용 갖추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대리인을 통한 공식 입장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보 담당자가 없다’고 알린 것 자체가 공보활동”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