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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발작' 美 증시…10일 '천당-지옥' 가를 첫 변곡점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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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미국 국채 금리와 시장이 연일 ‘밀당(밀고 당기기)’ 중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국채 금리의 등락에 따라 뉴욕증시는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3.69% 오른 1만3073.8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4%까지 급등했다. 전날(-2.41%)과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다우존스(0.10%)와 S&P500 지수(1.42%)도 동반 강세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기술주의 ‘선봉’ 테슬라다. 전날 5.85% 하락하며 5거래일 연속 폭락했던 테슬라는 이날엔 19.64%나 급등한 673.5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이다. 애플과 페이스북, 아마존, 알파벳 등도 4% 내외로 상승했다.

“저가매수? 일시적 주가 회복일 것”

나스닥 로고.[로이터=연합뉴스]

나스닥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의 반전은 저가 매수의 학습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스완 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오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저가매수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에 깊게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미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매트 말레이 수석시장전략가도 CNBC에 “짧은 시간 상당수 기술주의 매물이 쏟아진 탓에 이런 종목들이 크게 반등했다"며 “문제는 이번 반등이 큰 하락 이후의 일시적인 주가 회복인지 아닌지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채 금리가 기술주를 비롯한 증시를 '들었다 놨다'하는 요인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날 기술주의 반등에도 국채 금리의 안정이 영향을 미쳤다. 전날 1.6%의 턱밑(1.598%)까지 치솟았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538%까지 떨어졌다. 이날 진행된 580억 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 입찰에 투자자가 몰렸다는 소식에 흔들리던 시장이 진정된 것이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기술주의 움직임은 국채수익률과 맞물려 있다”며 “시장 참가자 상당수는 (오늘의) 반등이 지속할 거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국채금리의 상승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증시는 풍전등화의 상황이란 것이다.

가시방석인 투자자, 10년물 국채입찰 주목

지난해 3우러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해 3우러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불안한 투자자의 마음을 흔들 변곡점이 될 이벤트는 이어진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미국 국채 입찰이다. 10일 380억 달러어치의 10년물과 11일 240억 달러 규모 30년물 국채 입찰이 또 다른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다.

9일 3년물 입찰을 무사히 넘기며 시장의 흔들림은 잦아들었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지난달 25일 10년물 금리가 장중 1.61%까지 치솟으며 시장이 '금리 발작'을 앓은 것은 그날 진행된 7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했던 탓이라서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금리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입찰이 끝날 때까지 투자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과 같다”며 “3년·10년·30년물 국채 입찰 중 하나는 지난달 7년물 국채 입찰 만큼 혹은 그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10~11일 입찰에서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부진하면 금리 급등(채권 가격 하락)은 재연될 수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건 10년물과 30년물 입찰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입찰 결과가 좋지 않고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시행되면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큰손’ 일본 美 국채 사들일까  

일본 엔화.[중앙포토]

일본 엔화.[중앙포토]

국채 금리가 오르며 입찰 흥행을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패드레릭 가비 ING 글로벌 채권 전략 대표는 “몇 주 전과 비교해 최근의 금리 수준은 매력적”이라며 “이번 주 입찰에서 수요가 강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채권 시장의 큰손인 일본이 선봉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은 8일 CNBC에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자산이 됐다”며 “일본이 최근 몇 년간 미국 국채를 팔아왔지만 다시 매입에 나설 수 있을 것”이고 전망했다. 채권 수요가 몰리며 채권 값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반면 ‘신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그는 “미 경제성장률과 독일 국채 금리 등에 비춰보면 미 국채 수익률은 오를 여지가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3%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지수도 변수…캐시우드 “CPI 4% 될 것”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변수는 10일 발표되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다. 시장 전망을 웃도는 수치가 나올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의 물가 상승 우려(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미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CPI 상승률은 1.7%(전년동월대비)다.

테슬라 투자 등으로 국내 증시에서 ‘돈나무(캐시+우드)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9일 웹세미나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물가가 떨어진 만큼 기저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CPI가 4%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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