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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금리발 꽃샘추위…주가·원화·채권값 ‘덜덜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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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코스피가 19.99 포인트 내린 2976.1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코스피가 19.99 포인트 내린 2976.1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주가와 원화가치, 채권 가격이 나란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코스피는 3개월 만에, 원화가치는 5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코스닥 지수는 4개월 만에 900선이 무너졌다. 시장 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약 1년 1개월 만에 연 1.2%대로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지난 8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급락한 게 국내 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인 주식의 투자 비중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설 이후에만 5.4조 순매도 #코스피 4거래일 동안 110P 하락 #코스닥은 넉달 만에 900선 깨져 #원화값 5개월만에 최저 1140.3원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99포인트(0.67%) 내린 2976.12로 마감했다. 지난 1월 6일(2968.21) 이후 최저치다. 최근 4거래일 동안 코스피 하락 폭은 110포인트에 이른다. 9일 장중에는 코스피가 293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70포인트 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LG화학(-3.26%)·삼성SDI(-2.15%)·SK이노베이션(-3.97%) 등 배터리 관련 종목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8.41포인트(0.93%) 하락한 896.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1일(891.29)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2.35%)와 2위인 셀트리온제약(-2.89%)이 상대적으로 많이 내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7.1원 내린(환율은 오른) 달러당 1140.3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19일(달러당 1142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형성됐던 달러 약세의 거대한 흐름이 반대쪽으로 돌아서면서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7%포인트 오른 연 1.206%에 거래를 마쳤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034%에 마감했다. 전날(연 2.028%)에 이어 이틀 연속 연 2%를 웃돌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 등에서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코스피, 외국인 순매매

코스피, 외국인 순매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에 따라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물이 나올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9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559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7일 고비로 큰 폭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달 17일 이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5조4000억원이 넘는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8일 연 1.598%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연 1.6%를 넘어섰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2.41% 하락했다. 테슬라는 5.85% 급락했고 애플(-4.17%)과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4.27%)도 많이 내렸다. 반면 다우지수는 이날 0.97% 상승했다. 기술주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금융주는 강세를 보인 덕분이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며 “몸값이 급등한 기술주에 대한 (하락) 압력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6%로 예상되는데 현재 국채 금리는 훨씬 낮은 상황이란 설명이다.

주정완 경제에디터·황의영·이승호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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