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키즈] 龍이 못된 사람 혼내 준대요…'하마 선생의 음식백화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숲 속 동물 나라에 음식 백화점이 생겼다. 영양가 높고 값도 싸 인기 만점의 음식 백화점. 그 주인장은 솜씨 좋은 하마 선생. 그런데 음식 백화점에서 음식을 사 먹는 덕분에 부엌일에서 벗어나게 된 엄마들이 아기 동물들에게 이것저것 숙제를 내줘 아기 동물들은 오히려 놀 시간이 없어져 버린다.

고심하던 아기 동물들은 하마 선생의 아들인 아기 하마에게 '숙제 심부름 가게'를 내게 한다. "놀지 말고 숙제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심부름 가게에서 사 온 따끈한 숙제를 내놓는 아기 동물들. 결국 동물 나라 정부는 "매일 30분이 넘게 걸리는 숙제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발표까지 한다.

엉뚱한 듯하지만 왠지 현대 사회를 빗댄 듯한 이 동화는 중국 근.현대 동화 단편집인 '하마 선생의 음식백화점'에 실린 이야기. 지난 1백년간의 중국 작품 중 1960년대 중반~70년대 중반까지 문화대혁명 시기를 빼고는 거의 전 시기 동화를 고루 실었다.

말을 하고, 글자와 숫자를 익히는 신묘한 뱀 소소미가 등장하는 '착한 뱀 소소미', 무엇이든 실제로 만들어버리는 신기한 붓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는 '마량의 마술 붓', 한 노인이 친절한 차오신신의 배앓이를 고쳐주려고 새를 뱃속에 집어넣는다는 '괴상한 할아버지' 등 환상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정윈친.쑨유쥔.런댜린.바진 등은 20년대~80년대 중국 아동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 루쉰은 동화를 두고 "민족성.시대성.독창성이 뛰어나 경전 같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말을 증명하듯,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중국적인 색채를 뚜렷이 드러낸다. 창작 동화와 서양 번역 동화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이야기 전개, 용.뱀 등 동양적 동물의 등장 등이 중국 동화의 색채를 이루는 주 요소다. 다만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줄거리 구성은 다소 비논리적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한 할아버지가 뱀을 지팡이인줄 알고 집으로 가지고 와 기르게 된다는 '착한 뱀 소소미'의 이야기가 그렇다. 뱀이 은인인 할아버지 발을 줄로 묶어놓고 겨울잠을 자는 바람에 할아버지를 오징어처럼 만들었다 겨우 되살린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중국의 이야기답게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을 악한 사람으로 설정하고, 욕심을 내는 부자들을 벌하는 내용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천년에 한번 온다는 행운의 용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오치네 집을 찾는다는 '용이 온다던 그 해', 샘물.새.바람 등 자연의 소리에서 호금을 배운 샹얼이 어머니와 숲 속 친구들은 즐겁게 해주지만 허영심 많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외면당한다는 '샹얼의 호금' 등이 이런 사고 방식을 잘 나타내주는 이야기들이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