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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진보 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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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지난주 금요일, 미 백악관이 대통령 직속의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팀 우(Tim Wu) 콜롬비아 법대 교수를 임명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워싱턴과 실리콘밸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팀 우 교수는 미국 내에서 진보적인 기술정책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학자일 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 즉 빅 테크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경고하며 기업분할을 외쳐온 운동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트,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개념을 만들어낸 팀 우 교수가 바이든에게 테크놀로지와 경쟁, 즉 독점에 관한 문제를 조언하는 특별보좌관을 맡게 되었다는 발표는 실리콘밸리에 보내는 시그널이다. 인사(人事)를 통해 정권의 의중을 전달한다면 이보다 더 분명한 신호는 찾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인 정책을 리드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즉각 팀 우의 인사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팀 우의 임명은 워런을 비롯한 민주당 내 진보세력의 요구를 백악관이 받아들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의 임명이 어느 쪽의 아이디어였든,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기업에 많은 자유를 허용했던 그간의 정책을 바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소셜미디어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힘을 제한하는 쪽을 택할 것이 분명해보인다. 의회에서는 이미 이들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혐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테크 기업의 힘을 제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워싱턴의 변화한 기류에 저항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