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이 거실에서 쓰러져 뼈가 부러졌거나, 체온이 급격하게 오르내린다고 치자. 또는 만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심장 박동이 아주 불규칙적으로 뛴다고 해보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큰 변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박광석 교수는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이런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는 24시간 건강상태 점검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아파트 구석구석에는 사람의 건강 정보를 잴 수 있는 기기들이 설치돼 있다. 침대에는 침대보처럼 펼 수 있는 심전도.호흡 측정기가, 좌변기에는 체온계와 몸무게용 저울이, 욕조.소파 등받이에는 심전도 측정기가 달려 있다. 거실에는 음파측정기와 카메라, 안방에는 이산화탄소 측정기 등 다양한 기기들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 안에서는 평상시처럼 일상 생활을 하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건강 정보가 측정된다. 그 정보들은 측정되는 즉시 서울대 병원으로 전송된다.
노인이 쓰러질 때 '으악'하는 비명을 질렀다면 음파 측정기가 이를 감지해 즉각 비정상 상황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카메라에서 찍은 영상을 병원으로 전송한다. 그러면 응급실이나 주치의는 구급차를 보내거나 직접 달려 갈 수 있다. 심전도의 경우 지금은 병원에 가서 심장 부위에 전극을 붙여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서는 침대에 누워 자거나 좌변기에 앉아 있기만 해도 곧바로 심전도가 재진다. 심전도는 심장의 활동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다. 또 호흡의 주기를 분석해 코를 많이 고는 사람들한테서 나타나는 무호흡이 언제 얼마만큼 길게 나타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이산화탄소 측정기는 방이나 거실 등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몇사람이나 있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한 사람이 호흡 때 내놓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침대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를 부착해 잠을 잘 자는지, 어느 시간에 잘 깨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는 응급 상황 발생시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간이 늦거나 심각한 상황을 미처 환자 자신이 깨닫지 못해 변을 당하는 일이 많다"며 "24시간 건강체크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24시간 건강체크 시스템 개발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MIT 연구팀이 개발한 반지형 건강 측정기, 미국의 비보메트릭스㈜의 '라이프셔츠' 등이다.
반지형 건강 측정기는 보통 반지보다는 크지만 손가락에 낄 수 있다.혈압.맥박.체온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잴 수 있다. 건강 정보는 무선 인터넷을 타고 병원으로 전송된다. 피부에 닿지 않고 건강 정보를 체크하는 시스템은 정확한 혈압측정이 어려운 반면 반지형은 비교적 쉽게 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라이프셔츠는 이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셔츠 무게는 260g이며 부속 장치까지 합하면 730g 정도의 무게다. 이를 입고 다니면 심전도며 체온.혈압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종일 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