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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완치율, 한국 38% 미국 64%

중앙일보

입력

'64% 대 38%'.

전자는 미국, 후자는 한국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다. '5년 생존'은 사실상 암의 완치를 뜻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암에 걸렸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숨지는 사람이 연간 6만3000여명인데 5년 생존율을 미국 수준으로 높인다면 이 중 2만5000여명을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암협회(ACS).질병통제센터(CDC).국립암연구소(NCI)는 1975~2000년 미국인 암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75~79년엔 남자 43%, 여자 57%였던 5년 생존율이 95~2000년엔 남녀 모두 64%로 높아졌다고 최근 공동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91년 이후 5년 생존율이 10%포인트나 증가했으며 그 원인은 조기 진단과 향상된 치료법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한국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95년 암진단을 받은 약 6만명의 생사 여부를 5년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5년 생존율은 38%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의 암 완치율이 미국보다 훨씬 낮은 것은 조기 암 검진율이 미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미국의 경우 전체 암환자 중 비교적 생존율이 높은 전립선암과 유방암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에 비해 높은 것도 한 원인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는 ▶암검진을 소홀히 하고▶전문성이 떨어지는 의사가 항암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며▶효과와 안전성이 불분명한 민간요법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한국인의 암 완치율을 떨어뜨린다고 풀이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전문 의료진이나 진단장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암 수검률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표적인 암 진단용 장비인 컴퓨터 단층촬영(CT)장치의 경우 우리는 인구 100만명당 31대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둘째로 많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미국에선 폐암 환자의 35%가량이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가 가능한 상태에서 첫 진단을 받는다"며 "한국에선 폐암 환자의 20% 정도만이 손을 써볼 수 있는 시기에 병원에 온다"고 말했다. 암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도 암환자의 생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어지는 이 원장의 설명.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처음 통보받았을 때 많은 한국인은 '이제 죽는구나'라며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해 미국인은 대체로 '지금부터 건강을 더 챙겨야지'하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암을 사형선고로, 미국인은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병으로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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