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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신생아 줄기 시작한 중국…‘셋째 출산’ 핫 이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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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42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부터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2050년 13억6400만 명, 2065년 12억4800만 명으로 1996년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웨이보]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42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부터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2050년 13억6400만 명, 2065년 12억4800만 명으로 1996년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웨이보]

#1. “결혼 뭐 하러 해요, 돈 많이 들고 힘들기만 한데….” 30대 중반에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중국인 회사원 천(陈ㆍ36)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가 만나고 있는 여성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데 굳이 무리해서 결혼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베이징 같은 경우 둘이 벌어도 비용이 빠듯하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출산율 저하 문제를 묻자 "결혼도 안 하고 싶은데 아이 문제까지 뭐하러 생각하겠냐"는 반응이었다.

작년 출산 1003만, 59년 만에 최저 #2030년부터 인구 감소 돌아설 듯 #“중국몽 복병은 미국 아닌 인구” #둘째 허용 6년 만에 셋째 허용 논의 #60% 찬성…“부자만 낳아” 반론도

#2. 베이징 직장인 여성 진(金ㆍ33)씨는 “고향(헤이룽장성) 부모님들도 전과 달리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며 “내가 이루려는 목표도 알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서 요즘은 딸 결혼 물어보면 오히려 그분들에게 면박을 준다"고 했다. 그는 "때가 되면 결혼할 것"이라면서도 "출산 역시 능력이 된다고 판단하면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했다.

중국에선 2015년까지 자녀를 1명만 낳을 수 있도록 한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됐다. 이때문에 남아선호 사상에 몰래 한 명을 더 낳았다. 호적에 등록하지 못한 '어둠의 자식'(헤이후·黑户)이 문제가 됐었다. 이같은 산아제한 중국, 14억명이 넘는 인구 대국에서 이제는 결혼·출산 기피로 인구 감소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차이팡(蔡昉)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일보에 “중국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5년간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경제, 사회, 국민 생활 등에 심각한 도전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싱크탱크 부책임자의 공개 발언은 정부 기류로 읽히며 토론을 촉발했다.

이어 발표된 중국 공안국(경찰청) 보고서는 구체적 통계로 심각성을 확인시켰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중국 공안에 등록된 신생아 수는 총 1003만 5000명. 2019년 출생 아동 수 1179만 명에 비해 175만 5000명(14.9%)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는 올해, 신생아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어서 내년 출생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2030년부터 계속되는 중국인구 감소 예상

2030년부터 계속되는 중국인구 감소 예상

문제는 이게 일시적 추세가 아니란 점이다. 중국의 2020년생 인구는 1962년 대재해 이후 59년 만에 가장 적은 해이자, 동시에 향후 다가올 수백 년 중 가장 많은 해일 수 있다. 사회과학원의 예측은 이렇다. 중국의 인구가 2029년 14억 42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30년부터 감소로 돌아선다. 인구 증가율이 갈수록 줄어 2050년 13억 6400만 명, 2065년 12억 4800만 명으로 줄어들며 1996년 인구 수준과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별로 속도 차가 나는데 특히 도시에서 출산율이 더 떨어진다. 인구 650만의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시는 지난해 대비 출산율이 32.6% 떨어져 3만742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반도체·영상 집적회로 회사들이 많은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 역시 출생 인원이 1년 만에 22433명(-23%) 줄었다. 광저우는 9% 하락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매체는 최소 2배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비가 타지역보다 매우 비싸다는 게 근거다. 국가통계국은 올 4월 정확한 인구 조사 통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주요 도시(19곳) 중 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도시는 상하이로 0.76%(인구 1000명당 7.6명), 이어 베이징이 0.85%로 최하위였다.

반대로 노인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내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 국민의 14%, 1억8000만 명에 달해 중국도 고령화 사회가 된다. 미국·일본·한국이 고령화 사회가 될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를 넘어선 데 반해 중국은 1만 달러 대에 불과한 게 차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중국은 2033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 20%), 2050년엔 65세 이상 노인이 국민 3명 중 1명 수준(2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49년은 신중국이 성립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시진핑 주석은 건국 100주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중국몽(夢)을 내세우고 있다. 인구 문제가 복병이 된 셈이다.

결국 셋째 출산 허용 문제가 중국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둘째 출산을 자유롭게 허용한 지 6년 만에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광둥성 관광홀딩스그룹 대표인 황시화(黃細花)는 "세 자녀 이상의 출산에 대한 처벌 정책을 없애는 것과 동시에 육아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보육 시스템을 개발해 출산·양육·교육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선 유치원 이하 국가 보육 시설이 거의 없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출산 자유화는 부유한 사람들만 가능해 사회적 형평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아이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셋째 출산 허용 찬반 조사

셋째 출산 허용 찬반 조사

중국 헝다(恒大)그룹 연구소는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셋째 출산 허용'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반대는 24%, 중립이 16%였다. 헝다 경제연구소장 롄저핑(任澤平)은 "현재 각계각층에서 셋째 출산 자유화를 놓고 논란이 많다"며 "이 조사를 토대로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세 자녀 출산 허용을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효과를 관찰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달 4~5일 개막되는 중국 양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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