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미ㆍ중 무력 대결…루스벨트 항모 압박에 랴오닝 항모 가동

중앙일보

입력 2021.04.12 00:42

업데이트 2021.04.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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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미국 해군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이 이달 5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항행했다.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이 이달 5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항행했다. [사진 미 해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이 군사적 대결이 심화됐다. 양국 외교 수장을 앞세운 ‘2+2’ 회담은 날카로운 설전으로 소득없이 끝났고 미국은 2주 만인 이달 초 중국을 둘러싼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 연합 훈련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는 미ㆍ중 양국 항공모함 전단이 동시 출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언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은 1차 세계대전 전야 같은 분위기”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힘으로 압박하는 미국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중국의 정면 대결 양상이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美 쿼드 연합훈련 남중국해 ‘옥죄기’
中 항모 출동시켜 맞대응 무력 과시
“언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아”

동맹을 통한 군사적 압박은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쿼드(Quad) 4개국과 프랑스가 지난 3~5일 함께 벌인 인도 벵골만 합동 해상 훈련을 통해 현실화됐다. 인도태평양 국가 연합인 쿼드 훈련에 유럽연합 국가까지 참여한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쿼드 플러스’ 구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독일 국제방송인 ‘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는 쿼드와 프랑스의 연합 훈련이 1900년 베이징을 침공한 8개국 연합군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독일은 올 여름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지원하기 위해 정찰 호위함을 파견하기로 했고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지정학적 중심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보고서를 냈다.

중국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 3일 트위터에 공개한 미 전함 머스틴함의 양쯔강 하구 항적도. [트위터 캡처]

중국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 3일 트위터에 공개한 미 전함 머스틴함의 양쯔강 하구 항적도. [트위터 캡처]

동맹만 동원한 게 아니었다. 미 해군은 별도의 3가지 항행 작전을 잇따라 벌였다. 먼저 동중국해. 미 해군 7함대 소속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머스틴함(DDG89)은 훈련 당일인 3일 새벽, 중국 상하이 동쪽 250㎞ 앞바다까지 접근했다. 이후 남쪽으로 9시간을 운항하며 양쯔강 최남단 저우산 군도 50㎞ 앞을 통과했다. 미군 측은 통상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을 뿐이라고 했으나 중국에 대한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한ㆍ중 외교장관이 푸젠성 샤먼에서 회담을 벌였던 날이기도 했다.

미중 항모전단 동시 기동

미중 항모전단 동시 기동

이어 다음날 오전 8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는 미 해군 항공모함이 출격했다. 베이징대 해양연구소가 주관하는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에 따르면 미 핵 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이 구축함 러셀함(DDG-59)과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의 호위를 받으며 말라카 해협을 통해 남중국해 남단으로 진입했다. 또 나흘 뒤인 8일엔 미 해군 헬리콥터 강습상륙함인 4만1000t급 마킨 아일랜드함(LHD-8)까지 남중국해에 들어와 루스벨트함과 통합 훈련을 벌였다. 루스벨트 항모 측은 “해군과 해병대 합동팀은 모든 우발적 상황에 대응하고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며 “지역 안보를 제공할 전투 부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중앙포토]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중앙포토]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미 항모의 출격을 예상한 듯 랴오닝(遼寧)함 항모 전단을 동중국해로 내보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3일 오전 8시 일본 나가사키 현단죠군도(男女群島) 서남쪽 470㎞ 해역에서 중국 항모 전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랴오닝함을 비롯한 055형 난창(南昌)함, 054A형 호위함 황강(黃岡)함과 901형보급함 후룬후(呼倫湖)함 등 6개 전함 선단이었다. 이들은 일본 제1열도에 속한 오키나와 인근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해 대만 해역 북쪽으로 들어왔다. 쿼드 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동시 경고였다.

항모전단에 포함된 난창함은 중국 최대 규모의 유도탄 구축함이다. 지난해 1월 취역한 1만2000t급 난창함은 최신 대공·대함 미사일과 전자전 시스템을 갖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관영 환구시보는 “항모 전단에 승조 인원이 전원 탑승해 출동한 것은 처음”이라며 실전 태세에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 CCTV가 지난 6일 공개한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CCTV 캡쳐]

중국 CCTV가 지난 6일 공개한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CCTV 캡쳐]

중국은 또 두 번째 보유 항공모함인 ‘산둥함’의 전력도 처음 공개했다. 2019년 12월 취역한 산둥함은 그간 세부 사항이 노출되지 않았다. 중국 CCTV는 지난 6일 “F-15 전투기 36대를 탑재할 수 있는 산둥함의 격납고 규모는 미 해군 니미츠 항공모함(CVN-68)과 대등하다”며 “갑판 길이는 300m, 높이 20층 이상이며 대함미사일 요격용 함포는 분당 1만 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격납고 내부와 방어 장비, 훈련 장면을 노출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산둥함이 조만간 공해 상에서 필요한 정식 기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랴오닝함과 함께 이중 전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항공모함 11척을 보유 중인 미국에 비해 중국은 현재 2척을 보유하고 있어 열세다. 하지만 핵항모를 포함해 4척을 추가 건조하기로 하고 해군력 증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군사전문가 송중핑(宋忠平)은 “중국은 인민해방군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스마트 항공모함과 대형 구축함, 수륙양용 공격선은 중국의 이익과 안보를 지키는 핵심 항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압박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3~9일까지 일주일 연속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10대, 7일 15대 등 총 44대에 달해 가장 많은 규모다. 미ㆍ중 갈등 격화 속에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대미 위협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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