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옥' 요양병원,코로나 전에도 사망률 일반병원 2배

중앙일보

입력 2021.02.26 05:00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의 한 요양병원 모습. 24일 환자 9명·간병인 가족 1명 등 10명에 이어 25일 환자 7명·간호사 7명·간병인 2명 등 확진자 16명이 더 나왔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의 한 요양병원 모습. 24일 환자 9명·간병인 가족 1명 등 10명에 이어 25일 환자 7명·간호사 7명·간병인 2명 등 확진자 16명이 더 나왔다. 연합뉴스

코로나 사망 25% 차지, 최다 사망  

지난달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숨진 환자는 58명이다. 입원환자(124명)의 약 절반이 숨졌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년여동안 전국 72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 343명이 숨졌다. 전체 코로나19 사망자(1360명)의 25.2%로, 최다 사망 장소가 됐다.

코로나사망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사망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전에도 입원환자 22% 사망  

어쩌다 요양병원이 '코로나19의 무덤'이 됐을까.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에서 지난해 1584개(6월 기준)로 늘었지만 질이 따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 이전에도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대 산학렵력단이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의료공급체계 개선 이행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사망률이 일반 급성병원의 두배에 달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 팀은 2015년 처음 요양병원에 입원했거나 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한 노인 16만여명의 2016~2017년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입원·입소?후?사망률?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입원·입소?후?사망률?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 결과,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22%가 숨졌다. 급성 질환 환자가 찾는 일반병원(11%)의 두 배였다. 요양원(12%), 가정돌봄 등 지역사회(12%)보다도 높았다. 김윤 교수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5명 중 1명꼴로 숨졌는데, 의료와 돌봄 필요도가 가장 낮은 환자 집단도 그랬다. 이는 서비스 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대해부 上

 '적은 의료인, 하루 정액수가, 중국동포 간병인, 초다인실….'
요양병원의 특징이다. 공통점은 최저비용이다. 요양을 잘하고 집으로 가는 환자가 더러 있지만 상당수가 거기서 생을 마감한다. 병을 치료하는 데인지, 노인을 돌보는 데인지 모호하다. 둘 다 맞기도하고 아니기도 하다. 지난해 5월 한국간호교육학회지에 실린 '요양병원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 경험(한양대 간호학부 이소영 박사수료생, 김정아 교수)' 논문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는 "이분들(환자를 지칭) 죽으러 들어온 거라네요. 들어오면 죽어서 나간다고 가족도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의미없이 주사에다 물리치료를 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김근홍 전 한국노년학회 회장(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자녀의 부모 부양 기피 풍조가 확산하지만 돌봄 제도가 받쳐주지 못했다. 이번 요양병원 사태는 예고된 재난"이라며 "요양병원이 가족의 사회활동 제약을 덜어주고 간병인 고용 창출을 하는 등의 긍정적 요소가 분명히 있지만 한편으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대로 두면 모두 피해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가족은 노인수발의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피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고, 병원은 최소한의 투자로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정부는 노인 복지에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다"며 "요양병원에 모두가 만족한다"고 지적했다.

 80대 중반의 A씨는 2018년 집에서 낙상했다. 종합병원에서 골절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았다. 그 병원에서 한 달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자녀 셋이 아무도 집에서 돌보려고 하지 않았고 A씨는 요양병원행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휠체어로 거동할 수 있었다. 입원이 길어지면서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근력이 떨어지고 관절이 더 나빠졌다. 결국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기저귀를 찼고, 욕창이 찾아왔다. 대소변 문제를 걱정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8인실 공동 간병을 받다가 폐렴이 오락가락했고, 결국 지난해 초 숨졌다. 집에 가고 싶어했지만 자녀 눈치 보느라 고집하지 못했다. 한 자녀는 "요양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집에서 보살폈으면 좀 더 살았을 것 같다. 자식 도리를 다하지 못한 듯하다"고 말한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진료를 받고 나면 누군가 간병을 해야 하는데, 집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 중간 역할을 요양병원이 맡아왔다"며 "요양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 의사·간호사가 적고 중국 교포가 주로 간병을 한다. 의료와 돌봄이 결합한 건데, 둘 다 역할이 허술하다"고 말했다.

환자 쉽게 관리하려 24인실까지 

요양병원병상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요양병원병상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효플러스요양병원에는 24인실, 고양시 미소아침요양병원은 20인실, 순창요양병원은 14인실이 있다. 상태가 가장 나쁜 환자를 널찍한 한 병실에 모았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5만여개의 요양병원 병상 중 10인실 이상이 1만9696개(8%)에 달한다. 14인실 이상도 8938개이다. 미소아침요양병원 20인실에 있던 환자 20명과 간병인 4명이 모두 감염됐다. 초다인실은 감염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손덕현 대한요앙병원협회 회장은 "적은 인력으로 중환자를 관리하려면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집중치료실 수가가 일반병실과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수면제 사용량 일반병원의 6배 

환자당?수면제?사용량?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환자당?수면제?사용량?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요양병원이 환자 관리를 쉽게 하려고 수면제를 과다하게 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심평원이 지난해 최면진정제 사용 100대병원의 평균 사용량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요양병원의 환자당 최면진정제(수면제) 처방약은 134개로 30~99개병상 일반병원(24개)의 6배가 넘었다. 한국간호교육학회지 논문의 인터뷰에 응한 다른 간호사는 "밤 근무 때 좀 쉬고 싶으니 그냥 못 본척해야죠. 약물이나 억제대를 하는 거, 이유가 다 있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손덕현 회장은 "소리를 지르거나 밤에 잠을 안 자는 치매환자는 약을 쓸 수밖에 없다. 이걸 안 쓰려면 1인실에 단독 간병인이 붙어야 한다"고 말한다.

"휠체어 고장나도 못 본 척"  

한국간호교육학회지 논문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간호사는 "간호조무사가 얼마 전에 약을 다른 환자에게 줬고, 그게 왜 잘못된 건지 모르고 아무 일 없으면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는 "환자 가슴에 멍이 있어서 놀라서 알아보니 환자가 난동을 부려서 요양보호사가 눕히다가 피부가 연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둘러댔다). 진짜였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한국기본간호학회지에 2019년 11월 실린 논문(부산대 간호학과 박형숙 교수팀의 '급성기병원에서 이직한 요양병원 간호사의 적응경험')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는 "의사가 나이도 많고 마취과 출신이라고 처방을 낼 줄 몰랐다. 내가 판단해 처방하고 처치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간호사는 "돈을 아끼려고 휠체어가 고장나도 한 달 넘게 고치지 않는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약 40%는 상가나 오피스빌딩의 일부 층을 쓴다. 다른 층과 건물 공조시스템을 같이 쓰니까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좁아 화재에도 취약하다.

1일 수가 정해져 있어 진료 부실

일반병원은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받지만 요양병원은 정액의 하루 수가로 대신한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사적 간병 시스템과 정액 수가"라면서 "같은 폐렴 환자를 진료해도 요양병원 진료비가 일반병원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손해를 안 보려면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요양병원은 정액 수가를 넘지 않게 최소 진료, 과소 진료로 대응해 비용을 줄인다.

요양병원?입원·사망?증가?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요양병원?입원·사망?증가?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요양병원 전문화 유도해야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너무 싸게 노인을 요양하고 있다. 이참에 요양병원에 돈을 더 투자해 인력 등 전반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요양병원의 전문화를 유도하고 나머지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 교수는 "이번에 요양병원의 치부가 많이 드러났는데 이를 계기로 먼저 정리한 뒤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해 간병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홍 교수는 "현행 건강보험료(6.67%)나 장기요양보험료(건보료의 10.25%)로는 적절한 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장기적 케어나 돌봄이 있어야 하는 노인들을 어디에서 누가 돌볼지,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불할지, 그리고 보호가 필요한 노인과 이들을 돌보는 가족의 삶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해결해야 때가 왔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채혜선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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