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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선거 41일 앞두고…문 대통령, 가덕도에 배 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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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을 찾았다. 4·7 재·보선을 41일 남겨두고서다. 여당 지도부와 경제부총리 등 정부 핵심 인사, 그리고 지역 단체장까지 총출동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는 물론 부전역과 부산 신항까지 둘러봤다. 규모와 동선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매머드급 행사”(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였다. 야당은 즉각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5년간 지체돼 온 사업 시작” 신공항 부지 찾아 지원 약속 #당정청 총출동 선거유세 방불…야당 “노골적 선거개입” #문 대통령 “국토부가 의지 가져야” 변창흠 선상 질책

이날 행사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동남권 메가시티의 목표는 또 하나의 수도권을 만드는 것”(김경수 경남지사)이라고 선포하는 자리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참석과 관련해 “이번 일정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한국판 뉴딜 현장을 가다’ 열한 번째 현장 행보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 투어’로서는 두 번째”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여당과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집결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행에 대해 청와대는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동행한 것을 두고 “선거용 방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여당과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집결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행에 대해 청와대는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동행한 것을 두고 “선거용 방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참석자들의 면면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의 첫 지역균형 뉴딜 투어(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를 필두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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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지난해 2월 부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 참석 이후 1년 만이다. 당시도 4월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이날 행사는 광역 교통망 확충과 공항 건설, 유통 개선 등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일정으로 짜였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시장 선거 민심을 좌우할 초대형 이슈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15년간 지체돼 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며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도 했다.

이 와중에 국토부를 질책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은 기획재정부부터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겠지만, 국토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 국토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이달 초 국회 국토위에 가덕도 신공항의 재정 문제와 법적·절차적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야당 “정권 차원의 선거개입, 탄핵 사유에 해당”

‘선거용’으로 의심될 만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6일 전에도 있었다. 지난 19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위로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내자는 차원”이라고 소개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5차 지원금 지급 계획을 깜짝 발표한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이은 문 대통령의 부산행을 두고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정권 차원의 명백한 불법 선거 개입”이라며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동행한 것을 두고 주 원내대표는 “피고인과 같이하는 아주 볼썽사나운 일정”이라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가히 선거 개입의 ‘뉴노멀’이다. 생색 안 나던 재난엔 숨어 있던 컨트롤타워가 선거 때는 청와대에 우뚝 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률 검토에도 들어갔다. 울산시장 출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3년 전 울산시장 선거 공작 때와 판박이”라고 했다.

대통령학연구소 소장인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킬 만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으나 이번 같은 규모는 전례가 없었다”며 “시비가 돼도 지지층 결집 등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강태화·심새롬·김기정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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