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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접대에 무선 이어폰 수수도…원자력의학원 직원 일탈에 법원 실형

중앙일보

입력

한국원자력의학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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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원자력의학원 재무팀 직원이 수천만 원을 횡령하고 거래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직원은 업체관계자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으로 무선 이어폰 등의 금품을 수수하고, 수십만원 상당의 마사지 서비스도 접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의학원 직원, ‘반품대금 횡령’에 실형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남기주)은 지난 2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2)에게 징역 1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재무팀 직원이었던 A씨는 중앙창고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거래업체 관계자들과 공모해 물품 대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을 연구하는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의학원 중앙창고의 물품관리와 입·출고업무를 맡은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의료기기 업체관계자 등과 공모해 각종 공구와 의료용품을 정상적으로 납품받았다가 반품하는 과정에서 대가를 챙겼다. 업체관계자들은 물품 가격보다 낮은 대가를 A씨에게 준 다음 물품을 돌려받고 이를 다른 업체에 판매하거나 다시 의학원에 재납품하면서 차액을 챙겼다. 또 이들은 의학원이 창고에 보관 중이던 물품을 임의로 처분해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의학원은 2800여만원의 피해를 봤고 A씨는 이 과정에서 1300여만원을 챙겼다.

뇌물로 무선이어폰에 마사지 접대까지 받아

A씨는 업체관계자들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으로 수차례 금품을 수수하고 접대를 받았다. 자신이 관리하는 의학원 중앙창고에서 업체관계자를 만나 20만원 상당의 무선이어폰 2개를 받았고, 한식당과 일식당 등에서 식사 접대를 받았다. A씨는 또 업체관계자를 통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약 20만원 상당의 마사지 서비스를 받기도 했다. A씨와 공모해 의학원 물품을 횡령하고 뇌물을 공여한 업체관계자 B씨(71)와 C씨(39)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약 2년간 이뤄진 범행 과정에서 A씨는 횡령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을 조작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창고의 재고량과 전산상 재고량에 차이가 발생하자 A씨는 OOO과에서 물품 청구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임자가 물품 재고를 맞추어 놓지 않아 실제 재고와 전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을 맞춰야 하니 OOO과에서 물품을 청구한 것처럼 전산입력을 해달라”고 요구하며 총 8차례에 걸쳐 전산시스템에 허위내용을 입력했다.

내부감사에서 적발, 의학원에서 해임돼

A씨의 범행은 지난 2019년 4월 의학원의 내부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의학원장이 새로 취임한 후 대대적인 내부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의 범행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조치를 했었다”며 “범행이 적발된 그해 11월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중징계인 해임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됐던 중앙창고는 물류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형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이다”라며 “A씨가 범행을 제안하는 등 범행을 주도했고 이로 취득한 이익이 작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학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과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히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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