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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수혈" 확인…적십자 등 사법처리

중앙일보

입력

대한적십자사와 국립보건원의 부실한 혈액 관리로 에이즈 양성 판정이 나온 혈액을 수혈받은 세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키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성시웅)는 29일 대한적십자사 산하 대전충남혈액원이 에이즈 환자 최모씨에게서 1999년과 2002년, 2003년 등 세차례 헌혈을 받아 유통시킨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최씨의 2002년도 혈액이 지난해 1월 서울과 경기도 일산의 병원들에 넘겨져 이 피를 수혈받은 60대의 김모.이모씨 등 두명이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국립보건원이 지난해 6월 60대 남성 두명이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발표한 적은 있으나 수사기관이 이를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수사 결과 헌혈 혈액에 대한 1차 검사를 맡고 있는 대한적십자사는 최씨의 2003년도 혈액이 에이즈에 감염됐음을 지난해 4월 알았고, 2차 확인 검사를 책임진 국립보건원도 이 사실을 지난해 5월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두 기관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최씨의 99년, 2002년도 혈액으로 만들어진 의약품 등을 두달 뒤인 지난해 7월에야 폐기하고, 김씨 등에게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즉시 통보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대한적십자사 산하 충북혈액원이 2002년 5월 에이즈 음성 판정을 내린 박모씨의 혈액을 수혈받은 80대 노인이 두달 뒤 에이즈에 걸려 사망했음을 관련 기록 등을 통해 확인했다.

당시 충북혈액원이 안전하다며 혈액약 제조용으로 보낸 박씨 혈액은 N제약회사가 실시한 검사에서는 에이즈 양성으로 판정돼 폐기 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01~2002년 에이즈로 의심이 가 헌혈 일시 유보군(TI)으로 분류된 3161명의 명단을 입수해 이들의 혈액이 유통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이번 수사는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수혈에 의해 B형 간염에 감염된 유모(3)군 가족이 이달 초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문식 전 국립보건원장 등 관련자 20여명을 각각 고소.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3월 말 혈액 관리실태에 대한 조사에서 간염 양성 판정을 받았던 헌혈자의 부적격 혈액 7만6677건이 99년부터 2004년 1월까지 대학병원에 수혈용으로, 제약회사에 의약품 원료로 출고됐고 실제 이 혈액을 수혈받은 9명이 B형.C형 간염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사법처리
검찰은 지난 6개월여간 180명에 달하는 피의자.참고인을 소환 조사했고 작성한 서류도 6000쪽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대한적십자사와 산하 대전충남.충북혈액원, 국립보건원 간부와 실무 담당자 중 일부를 업무상 과실치상과 에이즈 예방법, 혈액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위 관리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업무에 직접 연관됐는지와 고의적인 관리 부실이 있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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