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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노익장 40國 배낭여행 ·실크로드 답사

중앙일보

입력

아흔살을 넘긴 할아버지가 실크로드 역사탐방에 참가, 일반인들과 똑같이 코스를 완주해 화제다. 주인공은 올해 미수(米壽·88세)와 졸수(卒壽·90세)를 넘긴 안국형(安國炯·91)옹. 安옹은 "중국 둔황(敦煌)에 있는 해발 5백여m의 모래산인 명사산(鳴砂山)을 낙타를 타고 올라 모래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프로그램이 제일 재미있었다"며 기염을 토했다.

역사탐방은 월간중앙이 역사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모토로 매달 한 차례 실시하고 있는 독자참여 여행 프로그램. 이달(10월)에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고대 동서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중국의 시안(西安)에서 둔황·신장(新疆)성의 투루판과 우루무치 등 오아시스 도시들을 방문하며 인근 사막의 유적지들을 둘러보는 여행코스였다. 모래산에서 낙타를 타거나 신장성의 해발 5천m급 천산(天山) 중턱에 있는 목장에서 말을 타고 폭포를 구경하는 등 젊은이들도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安옹은 그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아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安옹은 배낭여행으로 전 세계 40여개국을 여행했다. 팔순을 넘긴 1990년 동호회 회원들과 필리핀으로 스킨스쿠버 여행을 가게 된 것이 계기였다. 바다 속에서 갖가지 해초와 물고기들을 본 安옹은 이후 해마다 두세 차례씩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여행뿐 아니라 수영·사이클·스킨스쿠버·사냥·낚시·게이트볼 등 안해본 것이 없다. 지금도 매일 경기도 의정부 집에서 서울 종로의 YMCA체육관을 오가며 수영을 계속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쯤 같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장에서 게이트볼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고 떼지어 교외로 다닐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2남2녀의 자녀를 뒀지만 큰아들이 벌써 칠순이 넘어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고, 환갑 무렵 상처(喪妻)해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 주말이면 자식들이 손자들과 함께 찾아와 외로움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건강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근심이 없고^적게 먹으며^잠을 많이 자는 것 등 세 가지를 꼽았다. 2년 전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토대로 『공로 10만리 끝에서 끝까지』라는 책을 펴냈다. 安옹은 "1백살이 되는 해에는 회고록 성격의 여행기를 발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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