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어린이에게서 유전자 돌연변이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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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서나 볼 수 있는 불뚝불뚝한 팔과 다리를 갖고 베를린에서 태어난 어린이 슈퍼맨이 독일 모처에 있다. 5살이 안됐지만 팔을 들어 7파운드 무게를 들어올린다. 이런 일은 어른도 잘 하지 못한다.

이 아이는 동년배보다도 근육의 크기가 2배나 되고 신체도 약 반배나 더 뚱뚱하다. 디옥시리보핵산(DNA) 테스트 결과 그 이유가 나왔다. 이 아이는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었다. 24일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이와 관련한 기사는 인간 유전자 돌연변이 사례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상당수 과학자는 이런 발견을 계기로 근육위축증 및 기타 근육과 관련한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운동선수들도 분명히 이 약품에 손을 대 현재 근육 활성에 쓰는 스테로이드처럼 사용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 독일 소년의 돌연변이 DNA에서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마이어스태틴이라고 부르는 단백질이 발견됐다. 이 소식은 미국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원들이 세포에 마이어스태틴 생산을 지령하는 유전자를 변화시킴으로써 '거대한 쥐'를 만들어낸 지 7년만에 나왔다.

베를린 차리테대학교 의료원 어린이 신경과 소속의 마르쿠스 쉴케 교수는 "우리는 이제 마이어스태틴이 동물과 인간의 몸 숙에서 마찬가지로 활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 지식을 인간에게 활용할 수 있으며 활용 방안에는 근육위축증에 대한 시험적인 치료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대학이나 제약회사의 연구원들은 이러한 약품이 나올 경우의 거대한 시장을 감안해 신체 내의 마이어스태틴 양과 활동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와이어스(Wyeth) 제약회사가 미이어스태틴을 중성화하는 유전자 변형 항체를 인간에게 시험적으로 투여하고 있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유전자 담당 연구책임자 겸 하버드 의과대학 소아과 및 유전자 담당 교수인 루 컨켈 박사는 수년 내로 약품 개발이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위에트 회사의 연구에 참여한 컨켈 박사는 "이 단백질을 20, 30, 50% 줄일 경우 근육의 크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근육위축증은 전세계적으로 흔한 유전자 관련 질병이다. 아직 이렇다할 치료법 은 없고 뒤셴(Duchenne's)형(型) 근육위축증이 가장 흔한 형태다. 이 질병의 진행을 막는 몇몇 치료법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근육소멸도 노인과 암과 에이즈에 걸린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거대한 쥐를 만드는데 참여했던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이세진 박사는 "마이어스태틴의 활동을 억제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근육 소멸 과정을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박사는 마이어스태틴 억제물질은 지방 축적을 억누르기 때문에 당뇨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박사와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은 와이어스가 만드는 마이어스태틴 억제제로 로열티를 받는다.

국립어린이의료센터의 유전자의학연구센터 소장 에릭 호프만 박사는 근육위축증 치료제가 발견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러나 약 12가지 유전자가 근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치료제가 마이어스태틴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품이 될 지, 다른 치료제가 될 지, 두 가지를 결합한 약품이 될 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프만 박사는 마이어스태틴 억제제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범주에 드는 사람은 무중력 상태에서 오래 있었던 우주인이나 병으로 움직이지 못했거나 다리가 부러져 기동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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