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보험료 0' 기초연금 30만원인데…분할·유족연금은 20만원대

중앙일보

입력 2021.02.24 00:31

업데이트 2021.02.24 21:56

지면보기

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국민연금의 한 종류인 분할연금(이혼연금)과 유족연금은 여성을 위한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수령자의 90%가 여성이다. 남성이 주로 경제활동을 하고 국민연금에 가입하면서 이런 성별 불균형이 생겼다. 경제활동을 하던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하면서 여성에게 돌아오는 연금이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여성연금’ 분할·유족연금 실상
분할연금 21년만에 20만원 넘어
중복조정 탓 유족연금도 제자리
“개선법안 국회 처리 속도 내야”

이런 ‘여성 연금’의 형편이 영 말이 아니다. 분할연금은 1999년 도입 이후 21년만인 지난해에 월평균 연금액이 20만원을 넘었다. 유족연금은 13년 동안 2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월평균 분할연금은 20만6000원, 유족연금은 29만1000원이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55만원)의 절반 안팎이다. 두 연금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내용도 복잡하다. 평소에 잘 모르고 있다가 두 연금을 받을 상황이 생기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다음은 두 연금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런 하소연이 올랐다. 청원인은 “2011년 이혼 후 국민연금이 분할됐다. 별거하면서 (전 배우자가) 가사나 육아 등의 가정생활에 기여한 게 전혀 없는데 얼마 되지 않는 노령연금을 분할하니 최저 생활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인은 연금 분할의 억울함을 지적하면서도 분할한 연금액이 미미한 점을 비판한다.

#지난해 10월 아버지를 여읜 자녀가 국민연금공단에 항의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국민연금을 몇 번 받지도 못하고 고인이 됐다. 어머니 쪽으로 수령자를 변경하니 유족연금으로 지급이 되고, 아버지께서 살아있을 때 받던 금액의 50%만 유족연금으로 지급될 것이라고 안내받았다. 왜 50%냐고 물으니 유족연금은 절반만 나간다고 한다. 나머지는 나라가 먹는다고 하는데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연금 해당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이런 불만과 문의가 적지 않다.

분할연금은 88년 국민연금을 시행한지 11년 후 도입했다. 짧은 역사치곤 매우 선진적인 제도였다. 여성의 노후빈곤 해소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연금액이 느림보처럼 올라갔다. 지난해 겨우 20만원을 넘었다. 유족연금은 2008년 20만원을 넘었고, 아직도 2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29만1000원이다.

레츠 고 9988 연금

레츠 고 9988 연금

분할연금은 최소 10년 보험료를 낸 경우에 해당한다. 유족연금도 조금이라도 보험료를 낸 경우에 발생한다. 그런데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무(無)기여’ 기초연금은 최대 3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까지 65세 이상 노인 소득 하위 40%까지만 30만원을 지급하다 올해는 70%로 확대됐다. 정부는 2018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종합계획에서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넣었다. 올해, 내년 큰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권이 기초연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정부는 2018년 12월 종합계획에서 분할연금과 유족연금 개선 방안을 냈지만 2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를 담은 법률 개선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분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을 절반씩 분할한다. 가령 20년 가입했고 혼인기간이 14년이라면 7년씩 나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있다. 전 남편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62세에 연금을 받기 시작해야 나눌 수 있다. 만약 ▶전 남편이 62세 전에 숨지거나 ▶보험료 납입기간(연금수령을 위한 최소가입기간)이 10년 안 되거나 ▶혼인기간이 5년이 안 되면 분할연금이 사라진다. 그래서 이혼하자마자 분할하고, 혼인기간이 1년만 넘어도 분할할 수 있도록 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법률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법안이 개정되면 분할연금액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연금이 낮은 이유는 중복조정 때문이다. 한 사람한테 자기 연금과 유족연금이 동시에 생기면 ‘내 연금+유족연금의 30%’를 받든지 유족연금(내 연금 0)만 받든지 택해야 한다. 유족연금의 30%를 40%로 올리거나(민주당 김성주 의원 개정안), 50%로 올리는 안(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나와있지만 역시 잠자고 있다. 유족연금 자체를 높이려는 안도 있다. 지금은 기본연금액(20년 납입한 것으로 가정한 연금액)의 40~60%를 지급하는데, 60%로 통일하자는 안(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있다. 2016년 여성가족부는 특정 성별영향분석평가에서 유족연금 지급률을 일괄적으로 60%로 올리도록 권고한 바 있다.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여성의 노후 준비가 덜 돼 있다. 분할연금과 유족연금은 여성을 위한 연금인데, 이게 거북이처럼 올라간다”며 "중복조정 지급률을 유족연금의 30%에서 50%로 올려야 그나마 월 5만원이라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정부가 국민연금 관련 큰 제도 개선에 신경을 쓰되 실생활에 밀접한 작은 문제점도 함께 개선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