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에게 접종해야 할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2.10 00:30

업데이트 2021.02.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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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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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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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75만명분이 오는 24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출하돼 26일 접종을 시작한다. 계획대로라면 요양병원·요양원의 환자·간병인·요양보호사·행정직원 등이 맞게 돼 있지만 이게 불투명해졌다. 65세 이상 노인 접종 논란 때문이다. 독일·프랑스 등의 유럽 선진국이 65세 미만 접종을 권고하자 “우리도 따라가자”는 주장이 나온다. AZ 백신 논란과 현 상황을 따져본다.

① 안전성에 문제없다

백신이든 뭐든 의약품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생명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AZ 백신이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자문단은 1일 “성인과 노인을 비교했을 때 이상 사례 발생률이 유사하거나 (노인이) 낮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 베트남사무소 박기동(58·의사) 대표는 “국제적으로 AZ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 제기된 것은 없다. 오히려 다른 백신보다 후유증이 적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화이자·모더나·AZ의 이상반응 분석(전 연령층 대상)에 따르면 접종부위 통증·두통·피로감·근육통·발열 등 모든 지표에서 AZ 백신이 가장 낮다.

② 자료가 부족할 뿐

AZ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노인이 7.4% 참여했다. 화이자(21%)·모더나(25%)에 비해 적다. 그래서 8일 브리핑에서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한계가 있다는 뜻)”고 말했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도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니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최 교수는 “18세 이상 전체 연령을 놓고 자료를 분석하면 유효하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어떤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어떤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식약처 검증자문단은 “65세 이상을 포함해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박기동 대표는 “자료 부족을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이 (65세 이상 접종에) 주저하는데, AZ 백신의 예방 효과가 노인에서 차이가 난다(낮다는 뜻)고 볼만한 충분한 자료는 아니다”라며 “노인에게 접종하지 않고 젊은층을 먼저 접종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3, 4월에 AZ 백신의 미국 임상시험(노인이 많이 포함)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그걸 보고 노인 접종 여부를 결정하고, 지금은 요양원·요양병원의 64세 이하 환자와 종사자에게 먼저 맞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종사자들이 감염의 고리이기 때문에 이걸 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③ 연령제한 국가는 대타가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을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접종할 수 있게 허가했다. 하지만 상당수 회원국이 반기를 들었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 등은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 벨기에는 55세 미만 접종을 권고한다. 스위스·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승인을 보류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AZ 백신을 긴급 사용 승인한 나라는 유럽연합을 비롯해 24개국이다(6일 기준). 알제리·방글라데시 등 개도국이 대부분이지만 노르웨이·아이슬란드 같은 북유럽 선진국도 있다.

독일·프랑스 같은 유럽연합 국가가 AZ 백신의 사용 연령을 제한해도 이들에게는 화이자·모더나 대안이 있다. 스위스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정식으로 승인했다.

④ 한국은 백신 빈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한국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한국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의 허술한 백신 확보 전략 때문에 AZ 백신을 배제하면 한국 노인은 빈손으로 겨울과 봄을 나야 한다. 이달 말이나 내달에 들어온다는 국제백신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의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밖에 없다. 이걸로 어디에 갖다 붙일까.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에 딱 맞는 물량이다. 이걸 요양병원·요양원의 90세 이상 노인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너무 복잡해진다. 모더나·노바벡스 백신이 2분기에 오기로 돼 있지만 4, 5, 6월 언제인지, 얼마 들어올지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가천대 의대 정재훈 교수는 “3~4월에 4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정부 탓만 계속할 수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박기동 대표는 “한국이 다른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놓고 고를 수 있는 우아한 상황이 아니다”며 “AZ 백신을 65세 이상에게 접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8일 현재)의 약 40%가 요양병원·요양원에서 나왔다. 80세 이상 사망률은 21%이다. 65세 이상 접종을 배제하면 이 비극을 줄이기 힘들다.

⑤ 정은경  청장의 소통 능력이 관건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AZ 백신이 통계적 유의성을 얻지 못해 여러 나라가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65세 이상 접종을 진행하면 ‘백신 헤지턴시(hesitancy·맞을지 주저함)’를 키워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지난달 28일 공개한 AZ 백신의 65세 접종 방침을 바꿔도 불신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은경 질병청장이 얼마나 잘 소통해 65세 논란을 돌파하느냐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어느 쪽을 선택하건 이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믿어줘야 한다. 정치적 공방을 벌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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