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재신임' 경제부처·금융권·증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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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럽다며 앞으로의 파장을 우려했다. 이날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2%가량 올랐으나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부처 움직임= 재정경제부 등 경제관련 부처에서는 노 대통령의 폭탄선언에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현정부의 코드를 맞춰가며 각종 정책을 나름대로 추진해 왔는데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며 현재 추진중이 각종 정책이 탄력성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진전이 없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해 당혹 스럽다"며 "외국인 투자자 유치나 경기회복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뭘하자는 건지모르겠다. 경제의 가장 큰적은 불확실 성인데 대통령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지금까지 대통령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노력했고 이제서야 잡아가는 기미가 보이는 시점이었다. 대통령이 정치적인 게임을 해서야 돼겠나. 신중치 못한 행동이다. 오늘 아침까지 들여다 보던 것이 헛일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동북아 경제중심등 일부 국정과제는 추진력 상실로 미궁에 빠질 우려까지 나오고 있으며 재신임 여부에 관계 없이 현정권의 정책수행 기능은 크게 약화될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시 반응= 증시 관계자들은 정책 공백이 우려되고 시장이 정치상황에 따라 흔들려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 증시관계자는 "오늘 주가가 오른 것은 외국인 매수와 프로그램 매수 덕분"이라며 "개인 신용.부채 문제가 구조적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재신임을 묻게 되면 정책적으로 이런 문제를 강력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증권운용사 사장은 "잘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시장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오늘 장은 큰 반응은 없었다"며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지고, 리더십 문제까지 겹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 '충격'= 금융계에서도 "측근의 비리 혐의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는 높이 사고 싶지만 정국을 안정시키기보다 더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재신임 발언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신임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면 어쩔까 걱정스럴 따름"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도 "충격적이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정면 돌파를 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재계는 함구= SK 수사 등 적지 않은 현안이 걸려있는 재계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대통령이 책임있는 자세로 살아가겠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순수하고 좋은 의도로 재신임을 의사를 밝히더라도 꼭 이 시점에 해야겠냐”며 “재신임건이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아직 어떤 입장 표명할 단계 아니다.민감한 사안이어서 의견 드러내기도 힘들다”며 “단지 이로 인해 통신 정책 수립 속도 등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안정이 경제 발전에도 필요하다. 적어도 아직은 재신임을 물을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기업 관계자도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이라 외국계 기업 담당자로서 큰 반응을 보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볼때 평소 노대통령의 성격으로 보아 이같은 발언은 진심으로 국정 수행을 못하겠다는 선언이다. 국회의원 시절 명패 집어던지고, 판사시절에도 4개월만에 못해 먹겠다며 박차고 나온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파병문제, 측근의 도덕성 문제, 국정 혼란, 경제 파탄 등 각종 국정 현안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대통령직을 그만 두겠다는 것 아니겠나.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겠지만 노대통령의 권력을 대신해서 국정의 중심이 될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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