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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어디까지 왔나] 위암

중앙일보

입력

위암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이다. 2000년 처음으로 폐암에게 사망률 수위 자리를 내놓긴 했지만 발생률에선 여전히 수십년째 확고부동의 1위다. 한국인 암환자 5명 중 1명은 위암이다.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음식과 불에 탄 고기, 높은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위암이 가장 흔한 암인데도 사망률이 폐암에 뒤진 이유는 위암 조기발견과 치료기술이 늘었기 때문. 위암 최신치료 세가지를 살펴본다.

◆ 무수혈 수술
위암 수술기법이 갈수록 간편해지고 있다. 첫째 수술 전후 가스를 빼기 위한 콧줄이나 진물 배출을 위한 배에 박는 심지가 사라지고 있다. 콧줄이나 심지가 없어도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콧줄이나 심지는 수술 후 환자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들이었다. 둘째 수술칼 대신 전기소작기를 이용한 수술이 늘고 있다. 전기소작기를 이용할 경우 절제와 동시에 지혈이 되므로 수혈이 필요 없고 수술시간이 짧아진다. 세브란스병원 외과의 조사결과 95년에 비해 수술시간은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수혈빈도는 40%에서 5%로 줄었다. 반면 합병증 발생률은 20%에서 10%로, 입원기간도 14일에서 8일로 감소했다. 셋째 복부의 수술절개 길이가 짧아졌다. 과거 30㎝가량 절개가 필요했으나 최근 상복부에 15㎝ 정도면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수술기법이 정교해졌다.

◆ 내시경 수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서 암세포가 위장 점막에만 국한된 극초기 단계의 위암일 경우 수술이 아닌 내시경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내시경으로 암덩어리만 살짝 뜯어낸다. 배를 열지 않으므로 흉터가 생기지 않고 위장을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시술 다음날 바로 미음이나 죽 등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환자가 겪는 신체적 부담도 적다. 마취가 필요없고 시술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입원기간이 짧고 치료비용도 적다. 수술할 경우 2주간 입원에 최소 2백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드는 반면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1~5일간 입원에 치료비도 70만원 안팎이다. 결정적인 흠은 재발 가능성. 아무래도 외과적 수술보다 확실하게 암을 떼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발을 가늠하는 포인트는 암의 깊이다. 암세포가 점막 아래까지 깊숙이 침투할 경우 위장 주위 림프절로 쉽게 전이되므로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받아도 소용이 없다. 조기위암이라도 암세포가 튀어나온 융기형의 경우 지름 2㎝ 이내, 움푹 들어간 함몰형의 경우 지름 1㎝ 이내로 엄격하게 시술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 먹는 항암제
2003년 시판허가를 받은 젤로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위스 로슈에서 개발한 먹는 항암제다. 기존 주사형 항암제에 비해 효과가 다소 높으면서 부작용이 적고 집에서도 투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술로 완치가 어려운 진행형 위암 환자에게 주로 투여된다. 국내 임상시험 결과 34%의 환자에서 암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구토나 탈모 등 전형적 항암제 부작용은 대폭 줄었다.

최근 시판된 일본 다이호사의 경구용 항암제 TS-1도 눈에 띈다. 임상시험 결과 40%에서 암 덩어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입증된 반면 부작용은 10분의 1로 줄인 신약이다. 복강에 암세포가 전이된 말기 위암의 경우 복강에 항암제를 섞은 42도의 식염수를 넣는'온열항암요법'도 서울아산병원 등 몇몇 병원에서 시도 중이다.

◆ 도움말 주신 분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 성모병원 내과 홍영선 교수, 서울아산병원 내과 정훈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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