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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한국 야구가 미국보다 못한 건 기술보다 ‘이것’ 때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병곤의 MLB 컨디셔닝 스토리(5)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야구를 못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체력의 문제다. [사진 pxhere]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야구를 못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체력의 문제다. [사진 pxhere]

메이저리그 팀들의 준비운동(Preparation Exercise)은 팀마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나는 코로나로 인해 60경기만 소화한 지난 시즌 동안 상대 팀들의 준비운동을 볼 수 있었다. 토론토팀의 체력관리 코치와 이에 대해 대화하면서 팀이 준비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구팀의 준비운동은 첫째, 선수의 체온을 올려 부상을 예방하고 움직임을 편안하게 해준다. 둘째, 각각의 관절 및 근육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고 기술 훈련을 바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많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세 번째다. 선수 개개인의 약점을 잘 알아야 매일 매일 반복하는 준비운동을 통해 몸의 움직임을 회복시키고 향상할 수 있다. 팀 준비 운동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동안 진행된다. 준비운동의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토론토·NY·필라델피아·볼티모어·LA 등의 메이저리그 팀은 매일 매일 조금씩 하는 준비 운동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료 김병곤]

[자료 김병곤]

준비운동의 세부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통합적인 동적 스트레칭으로 각각의 관절과 근육을 가능하면 최대한 같이 움직이게 해 움직임의 효율성을 높여 주고, 유연성 및 코어 근력의 협응성을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두 번째, 움직임의 스피드를 빠르게 하고 움직임의 크기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지면을 강하게 차고 눌러 지면 반력을 좋아지게 함으로써 근 신경과 운동 능력을 향상했다. 세 번째는 눈으로 보거나 소리를 듣고 판단을 하도록 해 민첩성을 향상했다.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민첩성 훈련으로 가위·바위·보를 한 후 이기는 선수와 지는 선수가 다른 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방법이 있다. 위의 세 가지 요소 모두 팀 선수의 체력적 특성을 파악하고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어 매일 준비 운동을 통해 선수의 약점은 보완되고, 체력은 점진적으로 향상되어 경기력이 좋아진다.

[자료 김병곤]

[자료 김병곤]

내가 2020시즌 토론토에서 근무할 때 체력관리 코치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매일매일 좋아지게 하라”다. 선수는 자신의 부상을 빠르게 회복하고 체력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초부터 만들어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오랫동안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트레이너나 체력관리 코치는 선수가 재미없어 하고 힘들어하는 트레이닝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선수는 체력 트레이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체력 트레이닝이 야구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력 트레이닝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설득하게 되면 역시 체력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의지가 달라진다. 강팀들은 부상을 예방하는 프로그램과 체력을 향상하는 프로그램의 참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설득하는 데 사용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팀 슬로건. [사진 김병곤]

토론토 블루제이스 팀 슬로건. [사진 김병곤]

이런 결과로 부상 예방을 위한 보강 운동 및 체력트레이닝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한국 선수의 체력이 미국 선수보다 부족한 것은 체력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야구를 못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체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 신화를 만든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들은 기술보다 체력에 문제가 있다”며 엄청난 시간을 체력 향상에 투자하면서 월드컵 4강을 만들어 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해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 단장특별보좌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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