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청소년까지만 강한 한국 야구, 성인은 왜 뒤처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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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병곤의 MLB 컨디셔닝 스토리(2)

20여년간 한국 프로야구에서 재활과 트레이닝 관련 일을 했다. 2020시즌 류현진 선수와 함께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퍼포먼스 코치로 활약한 경험으로 야구선수의 부상예방, 경기력 향상 트레이닝 및 선수단 관리 노하우를 제공한다. 〈편집자〉

미국의 경우 스포츠 중에서도 기초 스포츠를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초 스포츠에는 육상, 체조,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등이 있다. [사진 pixabay]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과 한국의 스포츠를 비교해보면 현재 한국 스포츠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 중에서도 기초 스포츠를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초 스포츠에는 육상, 체조,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등이 있으며 이런 종목을 학생 시절에 경험하게 한다.

이렇게 기초적인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사용하는 법을 익힌 후 구기 스포츠를 한다. 우리나라는 기초 운동을 배우지 않은 채 바로 스포츠 종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선수는 기량을 올리기 어렵고 부상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한국 야구는 청소년기까지는 미국 야구를 압도하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실력 차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벌어져 버린다. 미국 선수와의 실력 격차를 단순히 타고난 몸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궁색한 변명이다.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체구가 큰 것은 맞지만, 크다고 해서 꼭 야구를 잘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체구가 커서 잘하지 못하는 포지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1]에서 보이는 것처럼 야구선수의 포지션별 스카우트 우선순위를 보면 포지션마다 필요한 요소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루수를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 파워(힘), 수비다. 유격수는 수비, 던지기, 달리기 순서로 1루수와는 완전히 다른 체력적 특징이 필요하다. 좋은 팀은 공격, 수비, 베이스러닝 등을 갖춘 선수가 골고루 필요한 포지션에 위치해 팀의 균형이 잡혀있다.

[그림1] 포지션별 스카우트 우선수위. [자료 메이저리거 컨디션관리 노하우, 주)바이오사이언스출판]

내가 토론토블루제이스에 합류해 메이저리거 선수들을 보면서 피지컬은 후천적 노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수가 키가 큰 것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분이지만 체형을 만드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가능하다. 일반인 중 근육량을 유지하고 적은 체지방을 가진 사람은 규칙적인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인이 알맞은 체지방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거의 체지방률은 어느 정도일 때 최고의 컨디션을 내는지 알아보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체지방률이 8~12% 사이에 있어야 한다. 포지션별로는 투수 12%, 포수 11%, 내야수 10%, 외야수 9% 등이다. 체지방이 필요 이상 많다는 것은 힘과 파워를 생산해 내는 근육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며, 몸이 무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가 영양에 신경을 쓰는 것도 단순하게 몸에 좋은 것을 먹으려는 것도 있으나, 체지방의 양을 증가시키지 않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또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트레이닝 역시 체지방을 관리하고 근육량을 늘리는 노력이다.

[그림2]를 보면 포지션에 따라 선수의 체력 상태도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투수의 경우 파워, 유연성, 협응성 등이 중요하다. 반면 유격수는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스피드, 민첩성, 협응성 등이 필요하다. 모든 선수가 체력 즉, 파워, 근력, 스피드, 유연성, 민첩성 등 모두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뛰어난 체력요소를 갖춘 선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약한 체력을 가진 선수도 있다. 각각의 포지션에 어떤 선수를 선발하고 배치하는지가 팀 운영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림2] 포지션별 체력 우선 순위.

체지방은 보이지 않는 식습관, 운동 습관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MLB에서도 선수의 체지방량, 근육량 등을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수의 기초체력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제2의 류현진, 추신수, 김하성 같은 경쟁력 있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 단장특별보좌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