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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현수막 철거…'흔적 지우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16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학교폭력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소속 선수 이재영·다영(25)의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 경기장 밖에 설치해둔 선수별 현수막에서 쌍둥이 자매의 사진을 제거했다. 선수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모아둔 복도 갤러리에서도 이들의 사진을 내렸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해 말 전력에서 이탈한 외국인 선수 루시아는 물론 팀 수장인 박미희 감독의 옛 사진도 게시되어 있으나 쌍둥이 자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구단은 두 선수의 사진이 걸려있던 공간에 '2020-2021'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 등 문구를 채웠다.

흥국생명 홈구장 인천 계양체육관 복도에 자리한 갤러리. 선수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게시하는 이곳에, 16일 이재영과 이다영의 사진이 사라졌다. 연합뉴스

흥국생명 홈구장 인천 계양체육관 복도에 자리한 갤러리. 선수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게시하는 이곳에, 16일 이재영과 이다영의 사진이 사라졌다. 연합뉴스

쌍둥이 자매는 지난 10일 학교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팀 숙소를 떠나 11일 열린 한국도로공사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5일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두 선수는 이튿날 열린 IBK 기업은행전에도 역시 불참했다.

16일 흥국생명 홈구장에서 개최된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5라운드 기업은행전에 쌍둥이 자매는 없었으나 두 선수가 만든 후폭풍이 코트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건 학교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체육인이자 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 많은 분께 사과한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지내지는 못했다. 선수들도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한다"며 "우리 팀은 프로 선수 개개인이 모여 프로팀을 이뤘다. 팀과 개인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주장 김연경 등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약화한 전력과 심리적 부담감 속에 경기에 나선 흥국생명은 처참한 경기력으로 4연패했다. 앞선 1~4라운드에서 기업은행을 상대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모두 3-0 승리를 거뒀던 흥국생명은 이날 셧아웃(21-25 10-25 10-25)으로 완패했다.

김연경이 동료들을 독려하며 분전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김연경이 12득점을 올렸고 외국인 선수 브루나는 1득점에 그쳤다. 상대 팀인 라자레바가 이날 62.5%의 공격 성공률을 보인 데 비해 브루나의 공격 성공률은 7.69%로 매우 저조했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에 김연경은 이재영의 자리를 채운 김미연(레프트)과 번갈아가며 공격을 시도했으나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인천계양체육관을 가득 메운 취재진들. [사진 SBS SPORTS 캡처]

인천계양체육관을 가득 메운 취재진들. [사진 SBS SPORTS 캡처]

흥국생명 선수단은 지난 11일 경기에 이어 이날도 종료 휘슬 직후 코트장을 빠져나갔다. 테이핑을 제거하고 마무리 운동을 한 뒤 경기장을 나서는 과정을 건너뛰고 서둘러 퇴장한 것이다. 흥국생명 선수들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코트장을 나가는 모습을 십수 대의 카메라가 촬영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중계되기도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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