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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학폭 미투'에 구단은 전전긍긍, 협회·연맹도 대응조치만

중앙일보

입력

한국배구연맹. [뉴스1]

한국배구연맹. [뉴스1]

프로배구 선수 '학교폭력'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배구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구단들은 전전긍긍하고, 협회와 연맹도 고심중이다.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로 여자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고 글이 올라왔다. 현재 프로배구 선수로 활동 중인 한 여자선수에게 학창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15일엔 피해자의 언니 A씨가 글을 썼다. A씨는 "사과의 말은 커녕 어떤 분은 동생의 기억을 의심했다. 사과할 생각도 없으면서 연락을 취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함께 배구부 활동을 한 선수 중 한 명이 "내가 한 거 확실해"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가해자의 배구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기에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저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가해자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특정 선수를 가해자로 지목하는 일도 일어났다. 의심 선수가 소속된 구단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전후사정을 파악한 뒤, 사후처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16일에는 '신입여자프로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운동부 내 폭력 사례는 아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다수의 학생들에게 학폭을 당했다. 주요 가해자인 B가 배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8일 구단에 연락했다. 2~3일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일주일간 연락이 없었다. B의 부모에게만 연락이 왔다. 구단에선 합의를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8일 구단에 연락해 학교 폭력 사실을 알리고 선수를 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파악을 위해 선수와 이야기를 했는데 피해자의 주장과는 달랐다. 추가적인 사실 파악 이후 처벌 유무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단들은 이재영, 이다영처럼 명확하게 시인할 경우 징계를 내린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피해자 증언만으로 판단을 내릴 수도 없다. 모 구단 관계자는 "잘못을 했다면 벌해야 하는 게 분명하다. 피해자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선수도 보호의 대상이다. 폭력의 정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이재영, 이다영에게는 국가대표 정지라는 처벌을 내렸다. 배구연맹도 16일 자문 변호사 및 경기운영본부장, 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전수조사 또는 사후대책만 세울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행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체육계 폭력 근절"을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한다"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문체부는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운동부 징계 이력까지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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