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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범수‘통큰 기부’..박애자본주의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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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의장 '재반 절반 기부'선언..신선한 충격 #IT거물의 위기극복과 리브랜딩 전략.. '박애자본주의'

1.

김범수 카카오이사회의장의 깜짝 선언이 신선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지만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해나갈 생각입니다.’

(8일 임직원에 보내는 메시지)

2.

김범수는 우리나라 최고 주식부자입니다.
재산 절반이면 5조원이나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통 큰 기부는 처음입니다.

갑작스런 결정은 아닙니다.
김범수는 이미 지난해 3월 카카오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카카오 시즌2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가고자 한답니다.

‘위대한 기업’이란 혁신적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그냥 돈 버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죠.

3.

김범수의 결심은 미국 IT거물의 박애주의를 닮았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입니다.

빌 게이츠는 1994년부터 2019년까지 500억 달러를 기부한 세계기부왕입니다. 2000년 박애주의 활동을 위해 CEO에서 물러났습니다. 세계 감염병 예방활동에 공을 들여와 최근 코로나 백신개발 과정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베조스는 2018년 기후변화에 대응에 20억 달러를 쾌척‘개인최고기부’를 기록했죠. 마침내 지난 2월2일 ‘박애주의적 활동’을 포함한 새로운 일을 위해 CEO에서 물러났습니다.

4.

미국에선 이를‘박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로 해석합니다. 인류애를 실천하는 자본주의란 의미입니다.

이를 주도하는 자본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세계최고 부자들입니다.
둘째. 그냥 부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바꾼’ IT 창업가들입니다.
셋째. IT의 특성상 성공은 곧 독점입니다. 독점적 지위로 기업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아 정부 규제와 소송에 휘말립니다.

넷째. 박애주의적 기부와 봉사를 통해 개인과 기업을 리브랜딩(Rebranding)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명예를 얻고자 합니다.
(빌 게이츠는 대표적 성공사례입니다. 대개는 이제 시작이라 더 지켜봐야 합니다.)

5.

김범수 역시 위의 패턴과 비슷합니다.

IT로 성공한 우리나라 최고 부자입니다.
최근 가족에 대한 주식증여와 상속, 가족기업인 케이큐브홀딩스 운영과 관련해 비판이 많았습니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코로나 덕분에 주가도 급등하고 매출과 이익도 급증했습니다. 코로나로 심각해지고 있는 빈부격차와 불평등 문제에 카카오가 기여해주길 바라는 여론이 높아지겠죠.

6.

그렇다고 김범수의 선의가 폄하되어선 안되겠죠.

특히 김범수는 어려운 환경에서 특출한 아이디어로 연거푸(한게임과 카카오) 대성공을 기록한 혁신창업가입니다.
오래전부터 추구해온 나름 성공의 철학이 있습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김범수가 2011년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를 인용해 성공을 정의했습니다.

7.

김범수의 선의가 일파만파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일부 자본가들의 선의로 세상이 바뀌긴 힘들다는 점입니다.

박애자본주의란 말에는 자본가들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데 대한 경계의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