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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요법] 족욕

중앙일보

입력

'열로 질병을 치료한다'.

온열요법은 온천의 나라답게 일본이 종주국임을 자처한다. 온천욕이나 세라믹 원적외선 치료, 반신욕과 족탕이 모두 일본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냉기(冷氣)'가 건강의 적이란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연의학 전문가인 고베동양의학연구원 나오히사 이시바시 이사장은 "암이나 뇌졸중 같은 심각한 질환은 물론 소화불량과 두통.생리불순.요통 등 일상에서 흔히 겪는 불편한 증상까지 모두 몸에 냉기가 쌓이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냉기로 혈관이 수축하면 적혈구가 굳어지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이나 독소가 체외로 잘 배설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설명이다.

◇ 원리는 혈액순환

온열요법이란 열이라고 하는 물리적 자극을 통해 인체를 워밍업시켜 혈액순환을 돕는 치료다. 온열요법의 원리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다.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고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간다는 물리학의 대원칙을 인체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두한족열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 반신욕과 족탕이다. 온열요법 가운데서도 가장 부작용이 적으면서 보편적으로 효능이 입증됐으며 일반인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신욕은 명치와 배꼽 사이로 물 높이를 유지한 채 욕조에 앉아있는 것이다. 이 때 팔은 물 밖으로 빼내야 한다. 족탕은 의자에 앉아 복숭아뼈 정도의 높이로 발을 물에 담그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수온이다. 온열요법에 사용되는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뜨겁다'라기보다 '따뜻하다'란 느낌의 온도다. 반신욕의 경우 38도에서 40도 사이, 족탕의 경우 42도 정도가 권장된다. 뜨거운 물의 경우 급격하게 혈압을 올리는 등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도 중요하다. 반신욕 전문가인 신도 요시하루 박사는 "20분에서 30분 정도 욕탕에 앉아 있어야 비로소 반신욕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의 표피가 아닌 인체 내부의 심부(深部)까지 덥히려면 이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 반신욕의 관점에서 볼 때 샤워처럼 피부의 청결만 강조하는 서양식 목욕법은 편리한 반면 머리부터 더운 물이 쏟아지므로 낙제점이라는 것.

◇ 양말 겹쳐 신어도 같은 효과

굳이 값비싼 반신욕 기구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따뜻한 물을 담을 수 있는 욕탕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물의 온도가 계속 떨어지므로 더운 물을 중간중간 수시로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소 번거롭지만 온도계를 갖춰놓고 수온을 측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목욕탕 내부의 공기를 20도 내외로 너무 차갑지 않게 유지하면 반신욕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반신욕이나 족탕이 거추장스럽다면 냉기를 제거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지니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양말을 겹쳐 신는 것이다. 온열요법 전문가인 테이 아케미 씨는 “면 재질의 양말과 비단 재질의 양말을 번갈아 가며 네겹으로 겹쳐 신으면 하체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으므로 24시간 반신욕을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사용하는 양말은 발가락 양말이라야 한다. 비단 재질의 양말이 강조되는 이유는 흡습성과 건조성이 뛰어나며 조이지 않고 가볍기 때문. 일본에선 온열요법을 위해 비단 재질의 양말이 1000엔(1만원) 정도에 팔린다.

◇ 자율신경 달래 스트레스 해소

반신욕이나 족탕·양말 겹쳐신기 등 일본에서 성행 중인 온열요법은 정식 치료법이라기 보다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한 건강법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도쿄 다케나가의원 등 일부 의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응용하고 있지만 암이나 디스크 등 특정 질병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논문발표 등 거쳐야할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싸고 부작용이 없으며 집에서도 실천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온열요법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성난 자율신경을 달래는 기능을 발휘하므로 소화불량과 두통·만성피로 등 신경성 증세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온열요법 전문가 신도 요시하루

"냉기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발 등 몸의 아래쪽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반신욕 등 온열요법의 대가로 알려진 신도 요시하루(81) 박사는 실제 윗도리는 가벼운 한 겹의 일본식 유카다 차림이었지만 다리는 내복을 입고 있었고 무려 10겹이나 되는 양말을 신고 있었다.

"하루 두 차례 발을 씻을 때만 빼곤 늘 양말을 겹쳐 신고 있습니다. 여름에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30분씩 반신욕을 하고 있습니다. 상의의 경우 팔길이를 짧게 만들어 손목을 내놓는 것도 냉기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는 냉기가 온도계로 표시되는 물리적 온도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차가운 기온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과로.흡연.과음.과식 등 나쁜 생활습관도 모두 몸을 차갑게 만드는 냉기입니다". 체질적으로 평소 손과 발이 뜨거운 사람이나 냉기라곤 전혀 없을 듯한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도 냉기가 쌓일 수 있다는 것. 냉기란 물질적 개념이 아니라 탐욕과 오만 등 나쁜 마음가짐에서도 비롯되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밝혔다. 생활습관은 물론 마음가짐도 편안하고 바르게 가져야 비로소 냉기를 없앨 수 있다는 것.

반신욕 등 온열요법이 서양의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경계의 일침을 가했다. "온열요법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방합니다. 수술이나 약물이 필요한 환자가 서양의학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예요. 특정질병의 치료법이라기보다 건강 전체를 도모하는 양생법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습니다".

1949년 오사카의대를 졸업, 의사면허 취득 후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활동해온 그는 서양의학의 국소적 치료에 한계를 느끼고 1965년부터 반신욕 등 온열요법 연구를 시작했다. 적극적인 강연과 저술로 오늘날 반신욕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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