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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린이’ 어깨에 힘주다 골병, 침 맞으면 수술률 70% 줄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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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28면

생활 속 한방

‘오하운’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이다. 매일 운동을 한다는 단순한 의미 이상으로 일상과 운동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나타난 새로운 사회 현상을 표현한 신조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2021년 소비 트렌드로 제시한 10가지 키워드 중 하나다.

근력 운동 강도 조절 못해 다쳐 #어깨 부상이 27%로 가장 많아 #어깨충돌증후근·회전근개파열 #진통제 등 자가 치료하다 악화 #추나요법·침 등 통합치료 효과

김 교수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운동에 대한 가치관은 크게 변했다. 특히 신체 건강과 면역력 증가를 위해 운동을 하려는 욕구가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헬스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인플루언서 플랫폼인 ‘미디언스해시태그랩’을 활용해 운동 관련 키워드로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집계한 결과, ‘헬스’ 관련 게시물은 지난해 138만7144건에 달했다. 같은 운동 카테고리의 등산(76만9306건)과 자전거(29만8225건)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한시적으로 헬스장이 폐쇄됐음에도 오하운 트렌드는 지난해 수많은 MZ세대의 발걸음을 헬스장으로 이끌었다. 이는 헬스 분야의 초보자를 뜻하는 ‘헬린이(헬스+어린이)’들과 연관이 깊다. 해시태그 분석 결과 헬린이 관련 포스트는 108만여 건으로 앞서 언급된 헬스 게시물 중 78%에 달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문제는 헬린이들의 과도한 의욕이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근력 운동이 주를 이루는 헬스의 특성 상 무게가 나가는 덤벨과 바벨을 이용한 운동을 하다 보면 어깨, 허리, 무릎 등에 부담이 쌓여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스포츠안전재단이 2019년 헬스를 하는 국민 3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포츠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상을 경험한 비율은 73.7%로 매우 높았다.

특히 헬린이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 강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무리하게 힘을 쓰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안전재단 조사에 의하면 어깨가 27.1%로 가장 많이 다친 부위였으며 다음으로 허리(15.1%), 무릎(12.7%)이 뒤를 이었다.

헬스를 하면서 다칠 수 있는 어깨 질환에는 ‘어깨충돌증후군’과 ‘회전근개파열’이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주로 자신의 신체 능력을 넘어선 고중량의 아령이나 바벨을 들면서 발생한다. 어깨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을 하면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가 어깨관절의 지붕 역할을 하는 견봉 등 다른 구조물들과 부딪히면서 염증이 생긴다.

무엇보다 어깨충돌증후군을 방치하면 회전근개파열로 악화할 수 있다. 회전근개파열은 어깨 근육 손상이 원인으로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어깨관절을 둘러싼 근육의 근섬유 다발이 부풀어 오르거나 끊어지게 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팔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한 느낌과 함께 팔을 옆으로 올릴 때 통증이 발생한다.

문제는 어깨충돌증후군과 회전근개파열의 경우 초기 증상을 근육통 정도로 생각해 파스를 붙이거나 진통제를 먹는 등 자가치료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관절 질환은 방치한 만큼 치료 기간과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팔을 움직일 때 특정 각도에서 힘이 빠지거나 통증을 느끼고 밤에 잠을 자다가 어깨가 저릿해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어깨 관절 질환에 추나요법과 침, 약침, 한약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한다. 먼저 어깨 관절과 근육을 손으로 직접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관절과 근육을 바로잡아 기능을 개선한다. 이어 빠른 염증 해소와 통증 완화에 좋은 침 치료와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직접 주입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특히 침 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한방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침 치료가 어깨 수술률을 약 70%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Acupuncture in Medicine’에 게재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 1.0 DB(NHIS-NSC)의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자료에서 20세 이상 어깨관절 환자를 대상으로 6주 이내 2회 이상 침 치료를 받은 환자를 침군, 침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7만811명)를 대조군으로 분류해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침 치료군 중 2년 이내에 어깨 수술을 받은 환자는 180명에 불과했으나 대조군은 이의 3.7배인 679명에 달했다.

일주일간 2회 이상 침 치료를 받은 경우 어깨 수술위험비(실험군의 위험률을 대조군의 위험률로 나눈 값)는 0.26으로, 2년 내 어깨 수술률이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 관절 환자가 집중적으로 침 치료를 받으면 수술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어깨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한방 치료를 통한 통증 개선 효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따르면 어깨 수술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2주간 약침, 한약, 부항 치료 등으로 처치한 결과 통증 강도지수(VAS)가 6.2점에서 치료 후 3.25점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어깨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한방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어깨충돌증후군과 회전근개파열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이 질환 예방에 도움된다. 사전에 수건을 이용해 어깨를 교차시키거나 회전시키는 스트레칭을 통해 어깨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이 끝나고 어깨가 뻣뻣한 느낌이 들면 팔꿈치를 편 상태에서 양팔로 원을 천천히 그려 뭉친 조직들을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헬스를 하면서 어깨 질환 의심 증상이 반복되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충분한 휴식과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헬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3대 500’이라는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에서 들어 올릴 수 있는 합계 중량이 500kg 달한다는 뜻이다. 이를 목표로 운동에 열중하는 헬린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헬스인으로서 어깨 좀 펴고자 한다면 과도한 헬스 욕심이 어깨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도록 하자.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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