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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찌면 척추 휘어져, 비만인 허리디스크 위험 1.78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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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28면

생활 속 한방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체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2월 한 취업 포털 업체가 성인남녀 98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체중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3분의 1(32.7%)이 몸무게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체중 증가량은 5.8㎏에 달했다.

성인 3명 중 1명 체질량지수 높아 #코로나 집콕 탓 비만 인구 더 늘어 #디스크 환자도 비례해 급증 추세 #추나요법·침·한약 통합치료 효과 #꾸준히 운동하고 식이조절 해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신체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배달음식, 간편식 등 고칼로리 음식이 인기를 끄는 것도 체중 관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체중 증가는 비만 인구 증가세에 기름을 부어 비만율 급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율(체질량지수 25 이상)은 36.2%로 나타났다. 한국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비만을 넘어 고도 비만을 걱정할 시점이 눈앞에 닥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고도 비만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고도 비만 인구가 2030년엔 현재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할 정도다.

뚱뚱한 사람 허리 통증 확률 15% 높아

이러한 고도 비만자의 증가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 증가와도 연관성을 보인다. 2005년 영국 디즈시이드대학은 유럽비만학회에서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에 비해 허리 통증이 나타날 확률이 약 15%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척추는 체중의 60%를 지탱한다. 따라서 체중이 증가할수록 허리에 가는 부담도 커진다. 특히 복부에 지방이 쌓이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척추의 변형을 일으킨다. 결국 척추가 앞으로 휘어지게 되고 디스크를 밀려나오게 함으로써 허리디스크로 발전할 위험성도 커진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리나라의 허리디스크 환자 수도 고도 비만자와 같은 추세로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환자는 지난 2015년 189만688명에서 2019년 206만3806명으로 증가했다. 4년 사이에 환자가 약 20만명 늘었다. 만약 OECD의 경고처럼 10년 뒤 고도 비만자가 2배 이상 늘어날 경우 허리디스크 환자도 덩달아 급증할 우려가 있다.

비만으로 인한 척추 디스크 유병률 증가는 학술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다. 2014년 홍콩대학 사마지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척추 디스크 및 좌골신경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성인남녀 2596명을 대상으로 오즈비(Odds Ratio)값을 측정했다. 오즈비 값이란 집단 간 비교 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그 정도를 검증하는 데 사용된다. 측정 결과, 정상 체중일 때를 1.00이라 봤을 때 저체중 0.71, 과체중 1.26, 비만 1.78로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퇴행성 디스크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 비만은 허리디스크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근골격계 통증을 유발해 체중 관리를 위한 신체활동조차 어렵게 만든다. 고도 비만자의 신체 부담을 줄이면서도 통증을 해소하는 한방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고도 비만으로 인한 허리디스크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고도 비만으로 인한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과체중으로 인해 틀어진 척추를 바로잡아 신체 불균형을 해소한다. 또한 침 치료로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한다. 순수 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을 없애 통증을 줄이고 손상된 디스크와 연골의 재생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 한약 처방을 병행해 비만으로 약해진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러한 한방통합치료의 허리디스크 치료 효과와 만족도는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자생한방병원에 허리디스크로 입원한 환자 524명을 대상으로 한방통합치료를 했다. 약 3주간의 입원 기간에 환자 대부분은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중 두 가지 이상의 한방통합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0에서 10까지의 통증 수치를 나타내는 NRS에서 환자들의 ‘허리통증 지수’는 입원 전 6.00에서 치료 후 2.82로 개선됐다. 다리 저림이나 통증을 뜻하는 ‘하지방사통 지수’도 5.15에서 2.54로 낮아졌다. ‘중간 정도의 통증’에서 ‘가벼운 통증’으로 개선된 것이다. 치료를 받은 사람의 89.5%는 한방병원 입원치료에 ‘만족’ 이상의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비타민·섬유질·단백질 섭취 늘려야

고도 비만으로 인한 허리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요법과 식이조절을 통해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가벼운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꾸준히 실시하면 척추 주변 근육량을 증가시켜 허리 건강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환자 개인마다 체질과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운동요법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고도 비만자의 경우 운동요법 시 체중으로 인해 척추뿐만 아니라 무릎 관절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전후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 도중 통증이 생기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또한 체중 감량을 위해 생활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식사량을 전반적으로 조절하면서 제철 과일과 채소로 비타민, 섬유질을 보충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두부·우유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들은 뼈와 근육 생성뿐 아니라 생리현상도 도와준다.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한 금주와 금연은 필수 요소다.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다가오는 ‘뉴노멀’ 시대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변화의 시점에는 무엇보다 건강이 선행돼야 하는 법. 건강한 삶을 위해선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점검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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